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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꽉막힌 남북경제, 5·24조치 해제로 뻥 뚫어야”
북한농업 연구 代父로 온실지원사업-씨감자 전파 등 견인…‘GS&J 인스티튜트’북한·동북아연구원장 권태진 박사의 ‘남북상생론’
권태진 박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농업부문의 남북문제 최고 전문가다. 1980년 농촌경제연구원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지난해 6월 말 정년퇴직하고, 지금은 민간 농업전문연구기관인 ‘GS&J 인스티튜트(www.gsnj.re.kr)’로 옮겨 북한·동북아연구원 원장으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연구원 생활 34년 중 절반을 북한(농업)연구에 몰입해 온 권 박사를 최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센트럴빌딩 3층에 있는 연구실에서 만나 북한 농업분야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북한의 최근 경제사정 다소 긍정적 시그널

올해 남북관계 전망부터 물어봤더니 남북 모두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우선 평했다. “뭔가 이뤄내야 한다. 북한으로서는 노동당 창건 70주년이자 김정은 정권 출범 4년차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3년차를 맞았다. 올해를 놓치게 되면 자칫 임기 내 대화나 관계 개선은 시도 자체를 못하게 될는지 모른다.”

북한의 최근 경제사정에 대해선 다소 긍정적이다. “며칠 전 북한경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모여 북한 경제 평가했는데 지난해 북한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한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아직 한국은행 통계가 안 나왔지만 작년에도 재작년의 1% 남짓 성장률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속도는 나지 않지만 김정은 집권이후 내리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3년 동안 식량 사정도 일단 개선되고 있다. 의미가 크다.”

이런 추세라면, 과거 남한이 북한에 쌀,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경제적 지원’을 주는 대가로 대화를 시도했는데 이제는 경제적 지원 갖고는 대화가 안 될 가능성도 있다는 진단이다.

종합하면, 이제 남측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사실 북한도 점차 식량보다는 정치나 군사 쪽으로 관심 추를 옮기는 추세다. 권 박사는 남북관계 타개를 위해 정치적 결단을 주문한다. “경제부문의 난맥을 뻥 뚫을 수 있는 것은 남북경협 전면중단을 의미하는 5.24조치를 해제하는 일이다. 물론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현실적으로는 이 문제가 최대 이슈다.”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은 급한 대로 농업 쪽에는 불을 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식량의 질을 높이겠다고 한다.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도록 하겠다며 버섯, 채소, 콩 재배에 공을 들이고 돼지사육, 과수사육에도 신경을 쓴다.



먹는 문제 넘어 수출품목으로 부가가치 중시

북한 농업에도 적지 않은 감지된다고 말한다. “북한이 지방경제개발구 만들면서 농업을 통해서 지역경제 살리겠다는 구역이 여러 곳 있다. 2013년도 지방 경제개발구 중 여섯 곳이 농업 관련인데 이듬해 추가 6 곳 중에 강경 등 두 군데가 농업분야다. 북한은 농업을 먹는 문제를 넘어 수출품목으로 부가가치를 중시하려 한다. 이를 위한 법적 장치도 마련했다. 최근에는 버섯을 대량 재배해 중국에 수출하는 등 농업을 새로운 성장 사업으로 육성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주목할 부분이다.”

최근 내부적으로는 생산성을 높이면서 외부로는 개방하는 제도를 많이 만들었지만 외국 기업의 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각 지방에 조성하겠다는 경제개발구 19개가 좋은 예다. 


최근에 박근혜 대통령도 통일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강조했지만, 단순히 인도적 지원이 아닌 개발지원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적극 동감하는 권 박사다. “인도적 지원은 지원대로 하면서 개발지원 쪽으로 가야 한다. 첫 단계는 임농복합영농이다. 조림과 식량 생산을 통해 지역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 옳다. 온실이나 축산은 시설비 투입이 크다. 다음은 남북사이 경협을 통해 계약재배를 하는 것이다. 북한에는 산이 많은데 채소 계약재배가 가능하다. 또 북한에는 양잠기반이 잘 돼 있다. 협동농장 3000개 중에 3분의 2 정도에 양잠 작업반이 있다. 북한에 원료도 노동력도 많아 합작으로 제사공장이나 견직공장을 설립하면 우리의 디자인이나 기술 등을 합쳐 국제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곧 남북이 상생의 길을 열 수 있게 된다.”

또 하나 유망한 분야는 식품가공 산업. 남북이 힘을 합치면 대중 수출 유력분야가 된다는 게 권 박사의 설명이다. “1980년대 양송이 수출을 했듯이 지금 북한은 버섯을 수출품폭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1차 산업에서 벗어나 부가가치 높이는 가공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북한 수출산업 육성에 공동 참여해 중국 등 제3국 진출을 시도하는 것도 서로에 유익하다.”



새마을 운동, 북한 진출 가능성 관심 끌어

새마을 운동의 북한 진출 가능성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실상 새마을운동 전수를 의미하는 북한의 복합농촌단지 조성사업은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의 핵심 사안 중 하나다. 권 박사의 진단은 이렇다. “사실 1950~70년대 북한의 ‘천리마운동’이 바로 농촌개조 운동이다. 우리의 새마을운동하고 유사하다. 따라서 지금에 와서 새삼스럽게 체제와 관련된 협력사업은 쉽게 응해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과학기술발전을 눈여겨봐야 한다. 그렇다면 농업분야 기술협력으로 귀착된다. 북한이 과학적 영농이라며 떠는 것이 모기르기 사업인데 경기도와 농촌진흥청이 평양시 강남군 마을 개조사업을 하면서 온실육묘 노하우를 전수한 결과다. 감자 농사 펴진 것은 우리 측 월드비전이 씨감자 노하우를 있는 그대로 전수한 덕분이다. 벼농사 시범사업은 금강산 삼일포 농장에서 이뤄졌고. 개성 쪽에 송도리 농장에서 벼, 채소, 양돈, 인삼재배까지 협력사업이 이뤄졌다. 결단만하면 금방 복원될 사업들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시급한 것으로 유전자원 협력사업을 꼽는다. “유전자원은 새로운 식물을 개발하기 위한 종자인데 남북의 시급히 협력할 사안이다. 북한에 유전자원 7만여 점이 있는데 보관시설이 열악하다. 우리 정부에 요청해도 별 진전이 없자 월드비전에 부탁을 해와 내가 동행해 평양을 방문한 적 있다. 가보니 평양에 있는 유전자원 보관소에 보관했다가는 금방 망가지겠다 싶을 정도였다. 같이 간 월드비전 회장에게 이런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사업이라고 노무현 정부 당시 2차 남북 정상회담 때 실무선에서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그 결과 평양에 유전자원 보관소를 지어주기로 하고 설계하고 부지까지 확보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 몽땅 수포가 되고 말았다. 몹시 후회된다. 그때 월드비전에 맡겨뒀어야 했는데. 시간이 너무 흘렀다. 과연 온전하게 남아있는지 궁금하다.

유전자원은 귀중한 남북 공동자산이다. 우리의 유전자원 보관 시스템은 세계적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유전자 저장창고가 북해에 있는데 용량이 충분하지 않아 개도국들은 FAO가 지정한 우리 시설에 저장하고 있다.”



생명산업은 블루오션… 유전자원 협력 필수

우리가 먹고 살아야 할 핵심적인 자원은 농업부문이다. 앞으로 농업은 새로운 기능성 물질 개발이 관건이다. 생명산업으로 새로운 블루오션이 되도록 하려면 남북 간 유전자원 협력은 필수라는 지적이다.

권 박사는 식량안보차원에서 해외투자진출을 권한다. “수입 외에도 해외 개발조달도 중요하다. 해외 농업투자 꽤 많이 하고 있다. 연해주에 놀고 있는 땅이 지천에 널렸다. 그 곳 토지를 장기적으로 확보해 우리 기술과 농기계에다 북한 노동력을 결합하면 최적의 조합이 될 것이다. 전략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근에는 ODA가 확대되면서 캄보디아 등 개발도국에 대한 농업개발지원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좁은 땅에서 벗어나 해외 농업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다는 권 박사.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조그마하나마 디딤돌 역할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는 초로의 학자 얼굴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간곡함이 엿보인다.

황해창 선임기자/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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