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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S보다 못한 대한민국?…金군이 생각했던 한국 어땠길래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나라와 가족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

터키의 시리아 접경 소도시에서 실종된 김모(18) 군은 한국을 떠나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이 글을 남기고 떠났다. 학교를 다녔다면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 김 군은 성인을 앞둔 나이에 일찌감치 대한민국을 살고 싶지 않은 나라로 결론지어버렸던 것이다.

김 군은 홈스쿨링을 하기 전인 중학생 시절 학교 폭력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학교 또래집단을 통해 처음 사회 개념을 갖게 되는 청소년기에서의 이런 경험은 사회적응의 첫단추부터 잘못 꿰게 만든 요인이 됐단 분석이다.

학교 자퇴 후 집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면서 세상을 접하는 주창구는 컴퓨터였다. 안 그래도 삐딱해진 사회인식에 인터넷을 통해 들려오는 나라 안팎의 부정적인 소식이 더해지면서 점점 대한민국에서의 미래 자체를 비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앞으로 입시전쟁을 치러야 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하늘의 별 따기’인 취업을 과연 할 수나 있을지 고민했을 수 있다. 또 ‘미생’으로 살아야 하는 직장 내에서의 적응 문제,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일, 자녀 교육 문제, 은퇴 후 노후 생활 등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은 인생의 단계들에 대한 두려움이 한꺼번에 몰려왔을 수도 있다.

이런 고민들이 망상적으로 자신을 괴롭힐수록 신(新)세계에 대한 열망은 더 커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심리가 결국은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가담이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일반 남성으로 살면서 얻게 될 것들과 IS에서 받게 될 것들을 냉정하게 비교해봤을 수 있다. 김군은 이런 고심(?) 끝에 IS에서의 삶이 더 낫다는 나름의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실제로 김 군이 출국 전 인터넷에서 월급, 자동차 등 IS 가입시 받게 되는 혜택을 검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친구들과 별로 교류가 없었던 김 군으로선 자신의 불안감을 크고 힘 있는 조직에 의존하는 것으로 해소하려고 했을 수 있다”며 “자아 정체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큰 조직을 접하게 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또 청소년 시기엔 현실이 암울할수록 새로운 자기만의 세계를 찾으려는 갈망이 커지게 된다”며 “한국사회가 지나치게 학업평가와 성적위주로 되다보니까 본인은 우리나라가 요구하지 않는 사람으로 결론을 내렸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김 군 사건은 단적인 예지만, 그만큼 우리 청소년들이 대한민국에서의 미래를 비관하는 인식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느끼는 행복의 정도는 6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가 작년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6946명을 대상으로 주관적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74(OECD 평균은 100)를 기록했다.

터키에서 시리아 국경을 넘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한것으로 추정되는 김모(18)군의 트위터 계정. 지난 20일 오전 70명 수준이던 이 계정의 팔로어 수는 단 이틀만에 6배로 늘어나 420명을 넘어섰다. 특히 이 가운데 IS 가입을 원한다고 밝히는 이들도 있어 청소년들의 모방 신드롬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같은 현실은 김 군 트위터 계정의 팔로어가 하루 사이에 6~7배로 급증한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김 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도 용기가 없어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일을 해낸 사람”이라며 “존경스럽다”는 내용의 글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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