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원심처럼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했지만, 내란음모 혐의는 구체성이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 전 의원 등 피고인 7명에 대한 선고공판을 연고 이같이 판결했다. 이례적으로 피고인 전원이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부는 “내란음모죄가 성립하려면 폭동의 대상과 목표에 대한 관한 합의, 실질적 위험성이 인정돼야 한다”며 “피고인들이 내란을 사전 모의하거나 준비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전 의원과 함께 기소된 이상호, 홍순석, 한동근, 조양원, 김홍열, 김근래 피고인 등 옛 통진당 핵심 당원들에게도 원심처럼 징역 3∼5년과 자격정지 2∼5년을 선고했다.
▶ 1년 5개월만에 나온 사법부 최종 판단=국가정보원이 지난 2013년 8월 28일 새벽 이 전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체포, 구속, 기소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검찰은 통진당 내부 제보자 이모씨의 진술과 2013년 5월 10일 및 12일 ‘RO 회합’에서 확보한 녹음 파일 등 증거를 제시했지만 이 전 의원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1심을 심리한 수원지법 형사합의12부(김정운 부장판사)는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ㆍ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9부(이민걸 부장판사)는 1심과 달리 RO의 존재를 제보자의 추측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내란음모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전 의원에 대해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 이 사건을 형사1부에서 전원합의체로 회부해 심리해왔다.
▶내란음모죄 무죄=이날 판결은 내란음모죄 법리를 구체적으로 내놓는 사실상 첫 대법원 판결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했다. 대법원이 내란음모 혐의를 무죄로 인정함에 따라 통진당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앞서 내란음모죄가 적용된 사건은 1974년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이다. 재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돼 유의미한 판례가 남지 않았다.
내란음모죄는 형법에 규정돼 있다.
형법 87조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를 내란죄로 처벌하도록 했다. 또 90조 1항은 ‘87조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음모한 자’를 처벌하도록 했다.
서울고법은 이와 관련, 내란음모죄가 성립하려면 범죄 실행의 합의, 범죄 실행을 위한 준비행위, 합의의 실질적 위험성 등이 인정돼야 한다며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RO 회합’ 참석자들이 체제를 전복하기 위한 내란을 음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이 전 의원이 주도한 ‘RO 회합’이 내란음모ㆍ선동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앞서 내란음모죄의 성립 요건에 관한 법리를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 전 의원의 내란선동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내란음모죄는 구체성이 적다는 점에서 무죄로 판정했다.
대법원이 내란음모 혐의를 무죄로 판단함에 따라 통진당으로서는 헌재의 해산 결정에 이은 치명타는 면하게 됐다. ‘RO 회합’에는 피고인들 뿐 아니라 130여명의 통진당 당원들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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