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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원호연]자동차 복합할부, 소비자가 최우선
자동차 복합할부 상품의 존폐를 두고 현대차와 카드업계가 벌이는 신경전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현대차는 1.9%인 자동차 복합할부 상품의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준인 1.3~1.5%로 낮추자고 주장한다. 신용공여기간이 체크카드 수준인 2일에 불과해 카드사가 부담하는 리스크가 크지 않은데도 너무 높은 수수료를 챙겨 자동차 값 인상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주장은 일견 소비자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맹점이 하나 있다. 반대로 카드사가 수수료를 낮추면 현대차가 자동차 가격을 내릴 것이냐는 점이다. 적은 투자로 최대의 이윤을 내야 하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이, 그것도 70%대(기아차 포함)의 독과점적 지위를 가진 현대차가 자발적으로 가격을 내릴 이유가 없다.

가격은 경쟁이 있어야 내린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상식이다. 그리고 경쟁은 다양성이라는 자양분을 먹고 자란다. 복합할부 상품은 자동차 금융시장에서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중소 캐피탈사들의 경우에도 현대차를 모기업으로 하는 현대캐피탈과 경쟁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고 있다. 중소 캐피탈사는 복합할부 상품을 통해 현대차의 가맹점 수수료를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금리를 낮춰주면서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 현대캐피탈과 경쟁해왔다. 결과적으로 경쟁이 소비자의 효용을 증진했다.

비씨카드는 가맹점 계약을 아예 끊겠다는 현대차의 압력 에 결국 복합할부 상품을 포기했다. 신한카드나 삼성카드 등 다른 카드사와의 협상에서도 현대차는 마찬가지 협상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카드업계 전체가 현대차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결국 중소 캐피탈사는 자동차 할부 시장에서 현대캐피탈에 밀려날 것이고 자동차에 이어 자동차 금융시장에서도 독과점적 지위를 얻을 현대차그룹이 택할 길은 자명하다. 고금리를 통한 보다 높은 이윤율이 그것이다.

금융당국은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업계의 자율적 협상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과점과 같이 시장실패가 일어날 때 개입해 국민의 행복을 증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복합할부 상품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표명이 필요하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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