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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초유의 연말정산 소급 사태 부른 무능한 稅政
연말정산에 대한 납세자들의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자 정부와 새누리당이 긴급 당정 회의 끝에 추가 보완대책을 내놨다. 2013년 세법개정(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 때 폐지했던 출산 공제를 부활하고, 다자녀 가구 및 독신근로자 관련 소득 공제와 연금 공제를 확대하는 등 저출산ㆍ고령화 대응을 강화하며, 이를 소급 적용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런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개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고, 세금을 많이 낸 국민에게 차액을 환급해 주겠다는 것이다. 사나워진 민심에 정부와 정치권이 이것 저것 따질 겨를 없이 백기 투항한 모습이다.

초유의 연말정산 소급 적용 사태는 세정 당국의 무능과 정치권의 무신경이 합작해 만들어낸 후진국형 인재와 다름 없다. 정부는 세법에 문외한인 일반 납세자들 눈에도 보이는 문제를 간과한 채 세법개정안을 불쑥 내놓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거둬들인 사례가 이미 몇 차례 있었다. 세법개정안 발표 때 당초 총급여가 3450만원 이상인 근로자의 세 부담이 오르는 것으로 설계했다가 ‘거위털 뽑기’러눈 비판을 받고 5일 뒤 수정안을 냈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세부담이 증가하지 않고 7000만원 이하는 평균 2만~3만원 세 부담이 느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올해 연말정산에서 총급여가 7000만원 이하인 근로자도 세부담이 늘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또다시 여론에 편승한 땜질처방에, 소급적용이라는 극약처방 까지 내놓은 것이다. 바위 처럼 무거워야할 세정이 이처럼 새 털처럼 가볍게 왔다갔다 하니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정부가 세법개정에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라도 문제를 제기했어야 하는데 거수기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으니 참 한심한 노릇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납세자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파격적 보완책을 내놨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기부금 공제를 줄인 것은 시대정신과 역행하고 교육비와 의료비 공제도 다시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번 논란을 기점으로 세제 개편 논의를 새로 시작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세수는 줄어드는데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려고 편법을 썼다가 발생한 측면이 있다. 고소득 전문직은 놔두고 손쉬운 월급쟁이에게 부담을 전가하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을 인정하고, 누가 얼마나 세금을 더 낼 것인지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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