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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뚱뚱하고 키 작은 나…패션디자이너가 될 수 없는건가요?
[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4년제대학 패션디자인학과를 졸업함 이모(25ㆍ여) 씨는 지난 해 디자인 관련 업체 구직활동을 하다 연이은 실패로 좌절감을 느꼈다. 면접을 보러 갈 때마다 업체에서는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은 채 자신들이 가져다 주는 옷을 입어보게만 하는 ‘이상한’ 면접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키 167㎝에 55사이즈의 옷을 입는 이 씨는 20여 곳의 회사 면접을 보면서 자신의 신체 조건이 패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떤 업체에서는 “말랐다” “우리 이미지와 맞지 않다” 등 몸매평가만 하고 30초 만에 면접이 끝나기도 했다. 이 씨는 “지난 4년간 옷을 입어보려고 공부한건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해 10월 22일 헤럴드경제가 보도한 바 있는 패션업계의 ‘몸뚱아리 차별’이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보인다. 의류업계가 최근의 취업난을 악용해 신입 디자이너를 채용할 때 공개적으로 피팅(의류를 대량생산하기 전에 모델로 하여금 입어보게 해 인체와 어울리는지 등을 평가해보는 패션업계 용어)을 강요하고 있다. 패션노조와 알바노조, 청년유니온 등 3개 단체는 22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같은 패션계의 신체차별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패션업계에서는 신입디자이너를 뽑을 때 피팅모델 가능 여부를 조건으로 제시한다. 상당 수의 디자이너 모집 공고가 키나, 특정한 신체사이즈(예: B: 33, W: 26, H: 36)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었다.

3개 단체는 “업체들이 피팅모델 임금을 아끼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이너들에게 ‘모델과 같은 신체사이즈’를 요구해 수십 만 원의 인턴디자이너를 뽑아 시급 1만 원~2만 원의 피팅모델비를 절감하려는 것. 일부 업체는 디자인역량과 관계없이 신체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서류접수조차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자리를 구하려는 신입디자이너들은 인간적인 모멸감과 수치심을 겪는다. 한 지망생은 면접관으로부터 “골반 뼈를 깎고 와야겠다” “살이 그렇게 쪄서 되겠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폭로했다.

이들 단체들은 “세계적 디자이너인 샤넬의 칼라거펠트, 루이비통의 마크제이콥스, 안나수이와 같은 디자이너들은 한국의 기업에서 취업할 수 없다, 그들은 뚱뚱하고, 키가 작고, 너무 말랐기 때문이다” 라며, “유럽과 미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같은 ‘몸뚱아리차별’이 일어나는 시스템에서는 청년인재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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