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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달나달한 국어사전 보니”, 박완서 작가 맏딸 호원숙씨 산문집 펴내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어머니는 존경받기 보다 사랑받기 원하셨어요. 어머니는 그 시대와 삶과 동떨어진 글은 하나도 쓰지 않으셨어요. 삶을 소중히 여기셨고 만나는 사람과 자연, 인연을 끔찍히 사랑하셨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사랑하셨던 건 우리말이 아니었나 싶어요. ”

박완서 작가의 맏딸 호원숙씨가 어머니 박완서 작가를 그리워하는 산문집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달)을 냈다.
호 씨는 20일 광화문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박완서 타계 4주기를 맞아 ‘박완서 산문집’(전7권)과 자신의 두번째 산문집을 동시에 내는 심경을 밝혔다.

70년대 이후 어머니가 쓴 산문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호씨는 어머니가 쓰던 국어사전을 펼쳤다. 어머니가 늘 곁에두고 찾고 들여다보던 커다란 두권짜리 우리말대사전은 손때가 묻고 낡아 나달나달해져 있었다. 


“사전을 보니까 어머니가 쓰시던 말이 다 나오더라고요. 어머니는 자신이 글을 쓰지만 사전을 꼭 찾아보셨어요. 지금 사전에는 없는 잊어버렸던 낱말들이 그 사전에는 다 들어있어요.”
호씨는 동생과 함께 박완서 산문집 교정을 보면서 다시금 어머니의 생생한 글들에 감동하고 행복해했다. “동생은 엄마 글은 운 이 있어서 소리내 읽기 좋고 토씨 하나라도 없애거나 넣거나 하면 어그러진다고 해요.”

호 씨는 어머니의 산문들을 읽으면서 70, 80년대를 회상하면서 어머니가 남기고 싶은 게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했다. 그런 게 다음세대에게도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문학을 좋아하고 잡지사 ‘뿌리깊은 나무’에서 편집일을 했던 호 씨는 2000년대 초 ‘비아의 뜰이’란 블로그를 만들어 매주 글을 올렸다. 그 글이 엮여 나온게 2006년 샘터사에서 출간한 산문집 ‘큰 나무 사이로 걸어가니 내 키가 커졌다’다.

호 씨는 박완서 작가와 아치울의 집에서 5년간 함께 생활하다 분가한 뒤, 어머니가 아프시게 되자 다시 함께 생활했다. 어머니의 기력이 날로 쇠약해지던 때, 호 씨는 어머니에게 자신이 쓴 글을 읽어드렸다.

“어머니는 많은 글을 쓰셨기 때문에 딸이 어떤 글을 쓰는지는 모르고 계신 것 같았어요, 돌아가시기 전에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어머니는 좋아하시면서 ‘어디 들어가면 볼 수 있니?’ 물으시더라고요. 글을 오롯이 보길 원하셨던 거죠. 오랫동안 많은 글을 보여드리지 못한게 안타까워요.“

호 씨의 산문집은 그 전에 자유롭게 쓴 글과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쓴 글로 나뉘어 있다

”제 책은 어머니에 관한 글이지만 단지 내 어머니가 아니라 작가로서, 엄마로서 , 훌륭하게 산 한 여성을 가깝게 본 사람으로서 남기고 싶은 글이에요. 어머니는 항상 공부하고 배우려는 모습이셨고, 동생이 세상을 떠난 후엔 수도자적인 삶이었어요. 그런 가운데에서도 젊은 사람과 함께 어울리며 즐겁게 사셨어요.”

책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의 겉장에는 빨간 맨드라미 그림이 그려져 있다. 박완서 작가의 오랜 팬이 여전히 꽃을 그에게 가져다 주고 있다. 그 맨드라미 한 송이를 들고 그린 그림이다.
“작가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이 꽃 한송이에 느껴졌어요.”

호 씨는 “어머니를 위해 할 일이 있다면 그런 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글을 쓰는 것이 어머니로부터 홀로서기인 것 같다”고
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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