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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협택배’가 온다
TF구성 중소업체 인수 타진…업체 반발 “모두 공멸할 것”


택배업계에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화두는 농협택배다. 농협이 택배 진출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중소업체 인수를 타진하고 나서자, 18개의 택배업체들은 20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의 택배 진출은 업계 전체가 공멸하는 길”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이날 낮 서울 팔래스 호텔에서 농협택배 진출 반대 성명을 발표, “자회사가 44개에 달하는 거대한 조직인 농협이 택배업계에 진출하면, 업계가 공멸할게 뻔하다. 거대한 자본을 무기로 영세한 중소 택배업체들을 흡수하고, 그동안 쌓아온 인프라를 아무 대가없이 가져갈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물류 업계 대표 20여명과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배명순 한국통합물류협회 사무국장은 이날 “농협의 택배진출은 농협이 유통물류업계에 문어발식으로 진출해 기존 인프라를 대가없이 흡수할 것”이라며 “기존 택배업체들 오랜 기간 구축한 노하우가 있는데, 잘 훈련된 택배기사들을 빼가는 형식으로 이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업계가 황폐해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택배업체들이 위기감을 느끼는 이유는 그동안 번번이 무산된 농협의 택배 진출 의지가 꽤나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 현재 택배업 진출을 위한 사내TF를 꾸려 M&A작업을 진행중이며, 최종 연구용역 결과도 1월말께 나올 예정이다. 농협은 이 연구용역 결과를 기반으로 최종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농협이 어떤 기업을 인수할지 여부를 타진 중이다. 매우 구체적으로 타당성을 검토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농협은 그동안 농수산물 유통과 관련해 직배송을 위한 택배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농수산물의 원활한 유통과 농민 편익을 위해 택배 시장 진출은 필연적이다. 특히 주말에는 (우체국택배 배송시)농수산물 배송이 불가해 불편함이 있다”는게 농협측의 논리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배 국장은 “농협이 주말 배송에 불편함이 있다는 점을 택배 진출 명분으로 삼는데, 이는 말이 안된다”라며 “농협이 말하는 물량은 전체의 1%도 안되는 미세한 물량”이라고 반박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집계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내 택배 시장 규모는 약 15억100만 상자, 금액은 3조7000억원에 달한다. 2014년은 16억 상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모바일, 온라인 쇼핑이 확대되고 해외직구족까지 폭증하면서 택배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뛰어든 업체만 18개. 농협까지 뛰어들면 살벌한 경쟁이 펼쳐지는 셈이다.

그동안 농협의 택배진출은 못다이룬 꿈이었다. 농협은 2007년 대한통운, 2010년 로젠택배 인수를 시도했다 실패했다. 당시 정부는 농협의 택배업 진출에 부정적이었으나 현 정부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8월 “농협의 택배 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같은 흐름을 타고 지난해 국감장에선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택배업에 진출하겠다고 공언했다.

문제는 농협의 택배 진출로 중소 택배업체들이 맞게될 위기다. 지난 2004년 택배 1건당 3140원하던 단가는 2013년 2303원으로 떨어졌다. 업계관계자는 “이미 택배시장은 포화상태다. 농협까지 뛰어든다면 단가는 현재의 마지노선인 2200원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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