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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정유산업인데, 韓 ‘비명’ vs 美 ‘환호’ 왜?
[헤럴드경제=홍길용ㆍ김윤희 기자]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사상 최악의 실적악화에 빠진 가운데 미국 정유업체들은 기록적인 호황을 기록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2011년 10월 배럴당 10.29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3년 10월 3.49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작년 4∼6달러로 반등했다. 1월 현재 6.36달러로 소폭 올랐지만 손익분기점(BEP)인 5달러선을 간신히 넘긴 수준이다.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팔고 남긴 마진 6.36달러에서 기본운영비 등으로 지출되는 5달러를 빼면 겨우 1배럴 당 1.36달러의 수익만 거뒀다는 뜻이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과 더불어 북해산 브렌트유 위주의 서유럽 복합정제마진도 계속 하락세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의 판매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수입가격을 빼고 정유사들이 남긴 이익이다. 두바이유를 주 원료로 사용하는 아시아지역 정유사들은 두바이유가 주로 거래되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을 수익성 지표로 삼는다.

반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중심의 미국 복합정제마진은 사상 최대치 행진이다. 2011년부터 평균적으로 10달러 이상의 두자릿수 정제마진을 내고 있으며, 지난 해 2월에는 26.69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올 1월에도 12.23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미국 정유공장

값싼 셰일오일과 원가가 싼 텍사스산 석유를 정제할 수 있는 것이 미국 정유업계 고수익의 기반이다.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한 석유와 가스를 해외로 수출하지 않고 대부분 자국 내에서 소비한다. 그런데 최근 해외 수출이 허용됐다. 이 덕분에 높은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정유사들이 낡은 공장까지 풀가동하며 수출을 큰 폭으로 늘리고 있다.

새롭게 시설투자에 나서는 미국 업체들도 많다. 신규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한국 정유업계가 상대적으로 값비싼 원유수송 비용까지 부담하면서 원가경쟁력이 계속 뒤처지는 상황과는 딴 판이다. 최근 3개월새 반토막난 유가는 국내 정유4사의 재고자산 손실을 작년 4분기에만1조원까지 부풀리면서 지금은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정유업계의 재고손실만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유가하락세가 진정되더라도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개선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유가하락세가 진정되더라도 중동 및 중국의 정제설비 증설이 본격화됨에 따라 저수익 구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그간 국내 정유산업이 내수시장이 과잉인 상황에서 수출형으로 체질을 개선해 성과를 냈으나, 수요 수출처였던 중국의 자급률이 100%에 이르면서 이마저도 막막해졌다.

이 때문에 국내 정유업계의 수출물량은 선박 5척중 1척이 싱가포르 중계무역시장으로 향하고 있는 현실이다. 고정 수출대상을 찾지 못해 싱가포르 시장에서 출혈경쟁을 감수하고서라도 판매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적자와 흑자를 반복해오다 지금은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유가하락이 끝난다고 해도 정제마진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답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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