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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유소 출혈 경쟁.. “팔수록 손해”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휘발유를 ℓ당 1200원대에 파는 주유소들이 늘어나면서 ‘기름값 인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한 길 건너 자리잡은 주유소가 휘발유 값을 내리면,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9일 현재 ℓ당 1200원대에 휘발유를 파는 주유소는 9개에 달한다. 전국 최저가 주유소는 1265원에 휘발유를 파는 충북 음성군 상평주유소가 1265원으로 전국 최저가에 팔고 있다. 상평주유소는 지난달 15일부터 휘발유를1385원에 팔아 전국 최저가 주유소 자리를 지켜오다가, 정유사 공급가 인하로 1300원대 주유소가 속속 등장하자 지난 11일 1285원, 15일 1265원으로 가격을 내렸다. 이 주유소의 김덕근 대표는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휘발유에서는 약간 손해가 나지만 경유값을 약간 덜 내려 이익을 낸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에서도 ‘기름값 전쟁’이 한창이다. 인구 16만8000여명의 안동시에는 총 70개의 주유소들이 영업을 하고 있는데, 그중 1200원대 주유소가 7곳이나 된다. 새로 문을 연 안동VIP 주유소가 1200원대에 휘발유를 팔자, 자극을 받은 인근 주유소 6곳이 일제히 가격을 내렸다.

이런 1200원대 주유소는 업체간 경쟁, 또는 고객 유치를 위해 단기적으로 손해를 감수하고 휘발유를 팔고 있다.

1월1주 정유사들의 보통휘발유 공급가는 ℓ당 510.58원. 여기에 교통에너지환경세 529원 등 세금 871.58원을 더하면 1382.63원이다. 높은 가격에 사들여와서 싼 값에 파는 것이다.

기름값이 더 싼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휘발유를 ℓ당 1281.47원(16일 평균거래가)에 직접 들여온다고해도 손해가 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금천구 최저가인 1435원에 휘발유를 최저가에 팔고 있는 이모씨는 “이렇게 팔아서는 ℓ당 10원도 채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국 최고가 주유소로 유명한 서울 관악구의 서울주유소는 주유시 무료실내주차 서비스를 해준다. ℓ당 2298원에 휘발유를 팔아도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임대료와 인건비, 카드 수수료까지 따지면, 현재 국제유가 수준을 감안해도 리터당 1500원은 받아야 정상적으로 주유소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주유소 출혈 경쟁은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진데다, 2000년대 들어 주유소가 1만3000개까지 불어난데 따른 것이다. 국내 자동차 수와 인구를 반영한 적정 주유소 수를 업계에서는 대략 7000~8000개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데, 적정 수준보다 5000여개가 더 많은 ‘과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름값을 잡겠다는 명목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주유소 거리제한 폐지, 석유가격을 자율경쟁에 맡기는 석유제품가격 고시제 폐지 등의 정책을 단행해왔다. 이어 2011년에는 알뜰주유소를 도입해 과열경쟁을 더욱 부채질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근 주유소마다 큰 가격차를 문제 삼아 “국제유가 하락폭을 최종판매가에 반영하라”면서 가격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장은 “유통마진이 얼마되지 않은 주유소를 더욱 쥐어짜기보다는 휘발유 가격의 60%를 차지하는 유류세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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