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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은 이미 ‘김영란법’
[헤럴드경제=천예선·권도경·최정호 기자]공직자가 1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단 한번이라도 받으면 무조건 형사처벌한다. 또 단돈 1만원이라도 직무와 관련있는 사람으로부터 받으면 과태료를 내야한다. 심지어 공직자 본인도 모르게 가족이 받았더라도 처벌은 공직자 본인이 받는다.

국회 입법 8부능선을 넘고도 여전히 말 많고 탈 많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 법’의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이미 ‘김영란 법’을 자체 시행하고 있다. 심지어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될 수 있는 행위 자체를 생각도 못하도록 할 정도다. 종종 회자되는 ‘갑의 횡포’가 아예 싹도 못트게 ‘오얏나무 아래서 갓 끈을 고처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에서 일하고 있는 A씨는 최근 15만원을 회사에 내고 원치 않은 쇠고기를 먹은 ‘억울한 일’을 겪었다. 거래처에서 보낸 10만원 상당의 선물세트였다. A씨는 이를 지체없이 윗 사람에게 보고했다.

문제는 받은 쇠고기 세트를 돌려주자니 반송 과정에서 상해 버릴 것이 분명했다. 결국 이 선물세트의 명목 구매 금액에 해당하는 돈을 회사 사회공헌팀’에 내고 반갑지 않은 쇠고기를 먹어야만 했다.

A씨의 이런 황당한 경험은 SK이노베이션이 시행하고 있는 ‘선물 기부’ 제도 때문이다. 이 회사 직원들, 심지어 최고경영자도 업무 중 받은 선물은 무조건 되돌려줘야 한다. 불가피하게 돌려주지 못했다면 ‘사회공헌팀’에 기부한다. 회사는 이를 모아 사내 판매해 현금화하고, 다시 이 돈을 모아 연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다.

LG그룹은 경조사의 사내공지 조차 없다. 임직원들이 협력회사를 비롯해 업무 관련자들로부터 경조사와 관련한 금품을 일절 받지 않도록 윤리규범을 변경한 2013년부터 생긴 풍경이다. 종전까지는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5만원 이내 수준의 경조금과 승진시 축하 선물 등을 받는 경우, 각 계열사 윤리사무국에 신고하는 것으로 끝냈지만, 사회적으로 윤리경영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전면 금지로 강화한 것이다.

고위 임원들에게는 더욱 엄격하다. 전무급 이상 고위경영진에게는 ‘작은 결혼식’을 의무화했다. 또 신문 지상에 승진이나 부고를 알리는 것은 물론, 사내 게시판 공지까지 금지시켰다. 


삼성전자는 ‘공익 신고’ 제도를 통해 윤리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거래업체 등으로부터 부당한 돈이나 선물을 받은 직원을 신고한 익명의 내부 직원 또는 외부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하는 방법으로, 직원들의 일탈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종종 언론을 통해 검찰, 또는 경찰발로 알려지곤 하는 전현직 임직원들의 비리도 이 같은 공익 신고 제도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현대기아차는 투명경영 실천을 위해 2001년부터 윤리헌장을 제정해 준수토록 하고 있다. 특히 협력업체나 사내 직원으로부터 금품수수 및 향응, 청탁, 압력행사 등 위반자에 대해 사내 징계위원회의 규정에 따라 징계를 내리도록 돼 있다.

또한 업무 수행과 관련해 어떠한 경우에도 선물을 요구할 수 없고 불가피하게 업무 중 취득한 선물에 대해서도 지체없이 관련팀에 신고하고 즉시 선물을 인도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이버감사실과 70명으로 구성된 별도의 감사실이 정기ㆍ수시로 감사를 벌인다. 이밖에 외부인사가 참여한 윤리위원회도 설치, 운영하고 있다.

IT 벤처 업체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받으면 리포트’라는 사내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받은 선물 등을 공개하고, 이를 직원들에게 경매형식으로 판매, 그 수익금을 기부하는 제도다. 네이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작은 선물이라도 받는 상황이 되었을 경우 이를 ‘받으면 리포트’를 통해 공개하고 그 판매금을 좋은일에 쓰일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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