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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울한 희생’ 관동대지진 피살자 명부 첫 검증…21명 희생 확인
정부, 1차 조사결과 발표…명부 작성 61년 만에 최초 검증
‘집단학살’ 진상 규명 토대 마련…남북 공동조사 필요성도




[헤럴드경제] 재일 한국인에 대한 마구잡이 학살사건이 일어난 1923년 관동(關東ㆍ간토)대지진 당시 한국인 피해자 명부를 정부가 검증한 첫 결과물이 나왔다. 이는 국권 피탈 시기 일어난 집단 학살의 진상조사를 위한 기초 자료를 마련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에 진상 규명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일본 진재(震災)시 피살자 명부’에 대한 1년간의 1차 검증을 진행한 결과 명부에 수록된 289명 중 18명이 관동대지진 피살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또 명부상 피살자들의 본적지를 방문해 조사하던 중 명부에 없는 3명의 희생사실을 추가로 밝혀내 총 21명의 관동대지진 희생자를 확인했다.

‘일본 진재시 피살자 명부’는 정부가 작성한 것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관동대지진 피살자 명부로, 작성된 지 약 61년 만에 정부기관이 첫 검증 조사를 벌인 것이다.

이승만 정부가 지난 1953년 피해신고를 모아 만든 이 명부는 재작년 6월 주일 한국대사관 신축 중 ‘일정시피징용자명부’, ‘3ㆍ1운동피살자명부’와 함께 발견됐고,위원회는 이에 대해 지난해 1월 1일부터 검증조사를 벌여 왔다.

명부가 신고를 기반으로 작성됐고 60년 전 문서인 만큼 제적등본 조회를 통해 희생자 신원을 일일이 교차 확인하고, 희생자 본적지를 직접 방문해 유족과 마을 주민 등 참고인 조사를 병행한다.

위원회는 지난 1년간 모두 34명을 조사해 21명을 피살자로 결론을 내린 가운데,12명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결정 보류를, 1명은 무관하다고 결정했다.

위원회는 명부상 희생자의 사망 시기는 ▷관동대지진 전후 111명 ▷3ㆍ1운동 전후 45명 ▷1938년 이후 16명 ▷미상ㆍ기타 117명 등이라고 전했다. 명부 내용을 토대로 분류하면 ▷관동대지진 당시 피살자 247명 ▷3ㆍ1 운동 당시 피살자 38명 ▷기타(자료 불충분 등) 4명으로 집계된다.

관동대지진과 3ㆍ1 운동 피살자 명단 등이 섞인 이유는 당시 정부가 3ㆍ1운동 피살자와 일정시피징용자 신고를 함께 받던 중 오류가 생겼기 때문으로 위원회는 보고 있다.

관동대지진은 많은 한국인과 중국인, 일부 일본인들이 희생된 대표적인 제노사이드(대량학살범죄)로 꼽히지만 지금까지 진상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명부에는 ‘쇠갈구리(쇠갈퀴)로 개 잡듯 학살’, ‘식사 중 일본인에게 곡갱이(곡괭이)로 피살’, ‘군중이 습격해 살해’, ‘일본인이 죽창으로 복부를 찔러’ 등 학살 당시의 끔찍함이 여실하게 드러나 있다.

명부 수록 인원은 학계가 추정하는 한국인 관동대지진 피살자 수(6000명)에 크게 못 미치지만 정부가 생산한 공신력 있는 문서라는 의미가 있다.

중국인의 경우 일본 정부가 만든 피살자 명부가 존재하지만, 당시 일본은 우리나라를 식민 지배하고 있었던 까닭에 한국인 피살자 명부를 만들지 않았다.

위원회는 올 연말까지 검증을 끝낼 계획이지만 지난 1년 동안 조사한 희생자 숫자가 아직은 34명에 불과하고, 담당자가 한 명밖에 없는 점을 고려하면 목표 기간 내 조사를 끝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 관계자는 “본적지 조사에서 추가 피살자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현지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만 예산과 인력 상황이 열악하다”며 “함께 발견된다른 명부 2종과의 교차 분석 등 후속 조치도 필요한데 분석 규모가 너무 방대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동대지진 피살자로 확인된 사람들에 대해 지위를 보장해주는 법적 근거 마련도 필요하다”며 “명부에 담긴 함경도와 평안도 등 북한 본적을 가진 희생자는 검증할 수 없어 남북공동 조사 필요성도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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