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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통상임금판결…‘고정성’ 여부가 희비 갈랐다
[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현대차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16일 ‘사실상 패소’라는 결과를 받아들게 된 것은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통상임금 기준 가운데 ‘고정성’ 때문이다.

상여금 시행 세칙에 ‘15일 미만 근무자에게는 상여금 지급을 제외한다’는 규정이 결국 노조의 발목을 잡았다. 재판부는 이 규정을 근거로 상여금 지급의 고정성을인정하지 않았고, 현대차 노조원 대다수는 이번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한 셈이 됐다.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 마용주)는 윤 모씨 등 현대차 근로자 23명이 지난 2013년 3월 사측을 상대로 “상여금과 휴가비, 선물비, 유류비, 휴가비, 귀향비, 단체상해보험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며 제기한 통상임금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대차는 구 현대자동차서비스 근로자 2명에게 합계 400여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도 밝혔다. 재판부는 현대차 노조 가운데 옛 현대차서비스 출신 조합원(6000명가량)에게 지급되는 상여금 가운데 일할상여금만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을 통해 현대차 노조의 직급별 대표 23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단 2명만 상여금 일부를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아 회사 측이 사실상 승소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5700여명을 대표해 나온 옛 현대차서비스 노조원중 일부의 일할상여금(근무 일수를 계산해 지급하는 상여금)만 통상임금으로 판단돼 회사측의 비용부담은 수백억원대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판결의 의미는?=통상임금은 연장근로, 휴일근로 등 각종 수당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임금으로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대되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통상임금 기준으로 산정되는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금 등도 함께 오른다.

이날 현대차의 통상임금소송의 승패를 가른 것은 정기상여금이 ‘고정성’ 기준을 충족하는 지의 여부였다. 재판부는 현대차 노조 중 옛 현대차서비스 출신 조합원에게 지급되는 ‘일할상여금’만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고정성’이 결여돼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현대차는 1999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현대차서비스와 통합했는데 현대차와 현대정공의 상여금 시행세칙에는 ‘15일 미만 근무자에게 상여금 지급 제외’ 규정이 있지만 현대차서비스에는 관련 규정이 없는 점이 고려된 판단이다.

재판부는 “일정한 일수 이상을 근무해야만 상여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경우 고정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현대차서비스 노조의 경우 근무 일수를 계산해 지급하는 상여금(일할상여금)을 받아왔기 때문에 고정성을 인정받았다.

때문에 소송을 냈던 23명 가운데 실제로 통상임금을 인정받은 사람은 현대차 서비스 노조 가운데 정비직 2명뿐이다.

옛 현대차서비스 노조원 대표는 5명이지만 월급제 근로자인 나머지 3명은 그간 지급받은 수당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산정한 수당보다 적었다는 점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성(지급시기가 1개월이 넘더라도 정기적으로 지급했는지), 일률성(가족수당·직무수당처럼 일정 요건을 갖추면 지급했는지), 고정성(지급대상과 지급액을 사전에 제시해놓고 업적이나 성과, 재직ㆍ퇴직 여부에 관계없이 지급했는지)을 갖춘 것이면 모두 통상임금”이라며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고정성’의 의미를 더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기업들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고정성’의 해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던 하급심에 구체적인 ‘기준선’을 제시한 판결이라는 것이다.

전원합의체는 고정성 요건과 관련, ‘정기상여금을 현재 재직 중이거나, 특정 기간 이상 근무자에게만 지급하면 고정성이 없다’고 규정했다. 지급일 기준으로 ‘정기상여금을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주고 중도 퇴직자에게 안 주면 통상임금이 아니다’라는 게 전원합의체 판결의 요지다.

그러나 실제 지난해 하급심들의 판결은 들쭉날쭉이어서 처음에는 재직자에게만 주거나 일정일을 근무해야 지급하고, 퇴직했더라도 근무일수에 비례해 지급(일할 지급)하는 상여금만 통상임금으로 인정됐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하반기에는 퇴직자에게 일할 지급하지 않은 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는 판결도 나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 범위가 좀 더 분명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할상여금 받은 근로자만 통상임금 인정=이날 판결의 핵심은 현대차의 상여금 지급 기준이 고정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느냐 여부였다.

현대차는 1999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현대차서비스와 통합했는데, 이 중 현대차와 현대정공은 근무일이 15일 이상이어야 한다는 단서를 상여금 시행세칙에 두고 있다.

사측은 이 조항을 근거로 고정성이 결여됐기 때문에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주장해왔다.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의 기준으로 제시한 세 가지 요건(정기성·일률성·고정성) 가운데 고정성은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되도록 확정돼 있는지가핵심이다.

일반적으로 퇴직자가 현재 재직하고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퇴직한 달에도 상여금 등이 지급되면 통상임금으로 인정된다.

상여금 지급 당일에 재직 중이어야 한다거나 일정 근무 일수를 충족해야 한다는등의 추가적인 조건이 있다면 통상임금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현대차의 경우에도 ‘15일 미만은 제외, 15일 이상만 지급’이라는 추가적인 조건이 붙기 때문에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퇴직자에게도 근무 일수에 비례한 만큼 지급하고 있다면 고정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근무일수에 따라 일할(日割) 계산한 상여금을받아왔던 옛 현대차서비스 소속 근로자의 경우 해당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았다.

▶통상임금 사건 과거 사례는=대법원이 통상임금과 관련해 제시한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정기적으로 지급했는지(정기성), 일정 요건을 갖추면 지급했는지(일률성), 재직중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지급했는지(고정성)다.

이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고, 그간 하급심 판단도 큰 틀에서는 이와 어긋나지 않는다.

다만 일부 대법원 취지와 어긋나는 하급심 판결도 나와 현장에 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전원합의체 판결이 내려진 이후 1년여간 거의 모든 하급심은 재직자에게만 지급한다거나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해야 한다는 추가적인 요건이 있으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부산고법은 대우여객자동차 통상임금 사건에서 1년 이상 근속하고 지급기준일에 재직중인 자에 한해서만 지급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해 8월 서울남부지법도 한국공항주식회사 통상임금 사건에서 상여금 지급일 당시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고 퇴직자에게는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대한항공 통상임금 소송에서는 정기상여금을 2개월마다 지급해왔지만 15일 이상 결근한 경우 지급하지 않았다며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부산지법은 르노삼성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2개월마다 지급해온 정기상여금을 퇴직자에게는 지급하지 않았는데도 고정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도록 ‘재직요건’을 추가적으로 요구하고 있더라도 고정성을 충족할 수 있는 다른 요건들이 더 있다면 재직요건만으로 고정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산업계 통상임금판결 기준될 듯=법조계에서는 국내 최대의 단일사업장에서 사실상 현대차의 승소로 끝난 이번 판결이 앞으로 산업계에서 통상임금의 기준으로 통용될 가능성이 높고 앞으로 제조업 전반의 비슷한 소송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진녕 대한변협 대변인은 “대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사실상 사측이 승소한 통상임금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한 가이드라인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임금소송과 관련된 다른 유사한 사건에도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대차의 통상임금소송 판결이 다른 사업장들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경진 변호사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 범위는 임금의 명칭이나 지급 주기와는 관계가 없이 개별 사업장의 임금 결정 방식에 달려 있다”며 “사업장마다 임금 체계가 달라 현대차 판결이 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sr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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