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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 인질살인범, “나도 피해자”라며 아내와 경찰에 책임 전가…과거 성폭행 의혹까지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경찰 조사 결과 경기도 안산 인질 살인사건의 범인 김상훈(46)이 아내 A(44) 씨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을 살해하기 전 성폭행까지 시도하려 했던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며 충격을 주고 있다. A 씨는 2년 전에도 김 씨가 딸을 성폭행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김 씨는 A 씨와 경찰이 자신을 자극해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등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서 김 씨는 지난 13일 A 씨 전 남편의 집에서 A 씨의 두 딸 등을 감금시킨 뒤 “별거 중인 부인을 만나게 해달라”며 경찰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였다. 경찰 특공대는 사건 발생 5시간여 만에 옥상에서 창문을 깨고 주택으로 들어가 김 씨를 검거했지만 이미 집 주인인 전 남편은 숨지고 둘째 딸 B(16) 양은 흉기에 찔려 중태에 빠진 뒤였다. 막내 딸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김상훈, 둘째 딸에 “너는 내 여자”라며 추행 후 찔러= 경찰 등에 따르면 김 씨는 12일 오후 9시쯤 A 씨의 전 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13일 새벽 A 씨와 전 남편의 둘째 딸 B 양의 옷을 벗기고 가슴을 만지는 등 추행을 했다. 이후 오전 9시20분께 A 씨와 두 차례 전화를 했지만 전화 연결이 되지 않자 B 양의 목을 흉기로 찌르고 코와 입을 막아 살해했다.

B 양과 함께 인질로 잡혀 있던 A 씨의 큰 딸은 당시 상황에 대해 “김 씨가 아버지의 동거녀와 자신이 보는 앞에서 동생에게 ‘사랑한다. 너는 내 여자다’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A 씨 등은 B 양이 초등학교 4학년일 때부터 김 씨가 B 양을 여자로 사랑했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며, 그가2년 전 B 양을 성폭행했다는 주장도 했다.

경찰은 인질극 당시 김 씨가 B 양을 성추행한 뒤 살해했다는 큰 딸의 진술을 확보했지만, 아직 이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훈, 적반하장 태도로 반성 없어= 이같은 참극을 저질렀음에도 김 씨는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15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 만난 취재진에 “나도 피해자다. 경찰이 내 말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또 “B 양이 죽은 것은 경찰 잘못도 크고 애 엄마의 음모도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성 없는 태도는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온 뒤에도 이어졌다.

김 씨는 “(인질극 당시 아내와 경찰이) 나를 안정시킨 게 아니고 오히려 더 답답하게 만들고 흥분시켰다”면서 “내 요구 조건을 들어주는 것은 없고 장난을 당하는 기분이었고 아이를 죽일 의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애들 엄마에게 여러 차례 이런 얘기(아이들을 죽이겠다는 말)를 했는데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 경찰, ‘A 씨 SOS 사실상 외면’…비판 면키 어려워= 이런 가운데 경찰이 A 씨의 ‘구조 요청’을 사실상 외면했다는 논란까지 제기됐다. 경기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A 씨는 인질 사건 발생 전 8일 오후 안산상록경찰서 종합민원실을 찾아 “남편에게 맞았는데 구속할 수 있느냐”고 상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며 A 씨의 허벅지를 흉기로 찌르고 폭행을 가한 다음 날이다. 그러나 당시 민원상담관은 A 씨에 김 씨가 현행범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부서에 고소장을 제출해야 처리할 수 있다고만 안내했다. A 씨는 경찰의 미온적 태도에 되려 김 씨에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고소조차 하지 못했다. 결국 A 씨가 두 딸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전 남편의 집으로 보내며 인질극이 벌어진 것이다. 경찰의 안일한 대처가 부른 참극이라는 비판도 여기서 나온다.

특히 안산상록서는 지난해 11월에도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아 남편이 부인을 살해한 뒤 암매장하는 사건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이에 경찰청은 일반 폭행으로 신고가 들어와도 사후 가정 폭력으로 확인되면 해당 사건을 반드시 ‘가정폭력’으로 분류하도록 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불과 한 달여 만에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며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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