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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무 회장 취임 20주년…LG 역사 바꾼 결단들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1995년 취임 이후 20년은 구본무 회장에게는 도전의 시간들이었다. 외환위기와 빅딜, 지주사 출범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파고가 끊임없이 몰아쳤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이를 과감한 결단으로 정면돌파했다. 평소 부드럽고 소탈한 성격의 구 회장이지만, 사업과 관련한 결단을 내릴 때 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단호하다는 게 LG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 구 회장은 취임 후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과감히 도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일단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그 과정이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도에 포기하거나 단기 성과에 급급해하지 않고 부단히 도전해 결국에는 목표를 달성하라”고 강조해 왔다.

구 회장이 미래 준비를 위해 과감한 결단과 끈기로 성과를 낸 사례들을 살펴본다.


▶디스플레이 세계 1위=1998년 말, 구 회장은 정부가 주도한 빅딜 논의로 반도체사업의 유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당시 LG전자와 LG반도체가 각각 영위하고 있었던 TFT-LCD사업을 따로 분리하여 별도의 LCD 전문기업인 ‘LG LCD’를 설립하는 결단을 내렸다.

당시 그룹의 운명과 장래를 생각해 수없이 많은 고뇌 끝에 대규모 장치산업인 디스플레이 사업 육성이라는 신속하고 단호한 결단으로 LG의 미래에 새로운 길을 개척했던 것이다.

반도체 빅딜 직후 LG는 14개월 동안 지속됐던 협상에 피치를 올리며 전력투구해 1999년 5월 네덜란드 필립스사로부터 당시 민간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16억 달러의 외자유치를 성공하고 3개월 후 합작법인 LG필립스LCD를 출범시켰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LCD분야의 기초 기술력을 보유한 필립스와 응용기술이 강한 LG LCD의 공동 합작을 성사시킨 것이다. 이 합작으로 LG는 신규투자 시 예상되는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면서 LCD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적기에 전세계의 시장수요를 리드할 수 있는 공급능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LG는 필립스와 결별, 2008년 단독법인인 LG디스플레이를 출범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현재 LCD패널 등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 기업으로 거듭났다.

LG가 LCD 사업에 처음 진출한 1995년 이래 지난 20년간 투자액은 총 40조원이 넘는다. 그 결과 1995년 경북 구미에서 첫 번째 공장을 가동할 당시 임직원 수 1100명, 매출액 15억원 규모의 기업은 현재 임직원 3만 2500명에 20조원 중반대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 1위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2차 전지 세계 1위=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구 회장이(당시 부회장) 연구개발을 제안한 92년 이후 20년이 넘는 연구개발 끝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치며 현재는 LG의 주력사업으로 성장했다.

1992년 당시 부회장이었던 구본무 회장은 그룹의 미래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영국 출장에서 한번 쓰고 버리는 건전지가 아니라 충전을 하면 여러 번 반복해서 사용이 가능한 2차전지를 처음 접하고, 2차전지가 미래의 새로운 성장사업이 될 가능성을 보았다.

이에 구 회장은 당시 계열사였던 럭키금속에 2차전지를 연구하도록 했고, 1996년 럭키금속의 전지 연구조직을 LG화학으로 이전하여 연구를 계속 진행했다. 하지만 90년대부터 수년간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러나 구 회장은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고 투자와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하라. 꼭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라”고 독려했다. 2005년에는 2차전지 사업이 2천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을 때도 구 회장은 “끈질기게 하다 보면 꼭 성과가 나올 것이다.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라고 다시 한번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그 결과 현재 LG화학은 중대형 2차전지 분야에서 세계 1위로 평가 받고 있으며,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현재 현대기아차, GM, 포드, 르노, 중국 상하이자동차, 코로스, 폴크스바겐그룹의 자회사 아우디에 등 20여개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 공급처를 확보하며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통신시장 판 바꾼 LTE 투자=구 회장은 취임 이듬해인 1996년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한 뒤 2000년 유선사업을 인수하며 통신사업을 강화했다. 2010년에는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통신 3개사의 합병을 통해 LG유플러스를 출범하며 통신사업을 LG의 주력사업 기반에 올려놓았다. 특히 구 회장은 LG유플러스 출범 이래 과감한 투자 결정을 통해 통신 업계의 약자였던 LG유플러스를 시장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탈바꿈시켰다.

LG유플러스가 네트워크에서도 경쟁사에게 밀리고 국제적으로 고립된 주파수를 사용해 고객의 선호도에서 어려움을 겪어 오던 중, 기존 3G보다 5배 빠른 4G LTE 시대가 도래해 오자 구 회장은 “단기 경영실적에 연연하지 말고 네트워크 구축 초기 단계에서부터 과감히 투자할 것”을 독려했던 것이다.

이에 LG유플러스는 LTE 구축에 당초 계획보다 더 높은 1조 7000억원을 투자, 3년 계획이었던 LTE 전국망 구축을 단 9개월 만에 끝내고 LTE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LG유플러스는 3밴드 LTE-A를 올해부터 제공하고, 기존 LTE보다 4배 빠른 업로드 속도를 제공하는 ‘업링크 CA(UpLink Carrier Aggregation)’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앞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비디오 LTE 핵심 서비스를 대거 선보인다. 그 결과 2011년까지 17%대를 맴돌았던 점유율을 20%대까지 높아졌고, 10년째 통신 시장에서 요지부동이던 ‘강-중-약’ 체제를 ‘1강-2중’ 체제로 재편시켰다.


▶선진ㆍ투명경영 문화 선도=럭키금성에서 LG로 CI 변경,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 LG Way 선포 등 경영체제와 기업문화 측면에서의 일련의 변화 또한 구 회장 리더십의 결과다.

구본무 회장은 회장취임 직전, 부회장으로서 그룹 명칭을 ‘럭키금성’에서 ‘LG’로 바꾸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994년부터 시작된 그룹 CI 변경 작업에는 주변의 반대도 심했었다. 이미 국내에서 ‘럭키금성’이 널리 알려져 있었기에 “굳이 바꿔야 하는가” 하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 구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CI 변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해 뚝심있게 추진했다.

실제로 당시 구 부회장은 심벌마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안들 중에 세계, 미래, 젊음, 인간, 기술 등의 의미를 포용하고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 ‘인간존중의 경영’을 형상화했다고 판단하고 현재 LG의 심벌마크인 ‘미래의 얼굴’을 최종적으로 결정해 CI를 완성했다.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국내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는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어려움의 종류는 비슷했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식이나 방향은 기업마다 사뭇 달랐다. 이 시기에 구본무 회장이 가장 중요한 해법이라고 생각했던 출발점은 바로 지금까지 운영해 오던 그룹식 경영방식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LG는 그 동안 국내 대기업이 비판을 받아온 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방안으로 순환출자, 상호출자구조의 고리를 끊고, 과거와 같이 계열사들끼리 소수의 지분을 출자해 새로운 계열사를 만들어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것이 불가능한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 계획을 밝혔다.

LG가 추진한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은 우리나라 대기업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로, 경영투명성과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주주 및 기업 가치 향상을 확보할 수 있는 체제의 완성을 위한 것이었다.

2003년 3월 ㈜LG 출범까지 3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친 지주회사체제 전환 작업을 통해 LG는 지배구조를 획기적으로 단순화, 투명화하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사업자회사는 오로지 본연의 자기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새로운 출발, ‘LG Way’와 ‘일등 LG’=지주회사체제 구축과 계열분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인 2005년 구 회장은 ‘LG Way’를 선포해 국내외 LG 임직원의 사고 및 행동의 기반을 마련했다.

전자∙화학∙통신 중심의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재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함에 따라 LG 임직원들의 공통의 사고기반 위에서 모든 역량을 결집하여 ‘일등 LG’ 달성을 앞당기기 위한 것이었다.

‘LG Way’는 한마디로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을 ▲LG의 행동방식인 ‘정도경영’으로 실천함으로써 ▲궁극적인 지향점인 ‘일등 LG’를 달성하자는 것으로 임직원의 사고 및 행동기반이 되고 있다.

‘LG Way’의 출발점인 경영이념 중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는 사업의 근간이 되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고객 만족을 극대화한다는 의미이며, ‘인간존중의 경영’은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자율을 존중하고 성과주의 경영을 통해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개발하고 발휘하는 것이다.

경영이념의 실천지침인 ‘정도경영’은 구본무 회장 취임 이후 줄곧 추구해온 경영철학으로 꾸준한 혁신을 통한 실력 배양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자는 행동방식을 뜻하며, ‘일등 LG’는 시장에서 인정받으며 시장을 리드해 나가는 선도기업이 됨을 의미한다.

구 회장은 ‘LG Way’를 모든 경영활동의 기본이 되고 LG를 상징하는 기업문화로 뿌리내림으로써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을 위한 토대를 다졌다.

▶철저한 미래 준비=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LG만의 차별화된 방식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철저한 미래 준비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는다면 거대한 파도가 덮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하는 등 향후 LG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독려하고 있다.

또한 평소 “사업 성과에 대한 LG의 판단기준은 한해 동안 거둔 이익만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씨를 뿌리고 시장을 이끄는 시도를 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라고 역설하며 미래준비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LG는 에너지 솔루션, 친환경 자동차부품 등 차세대 성장사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서는 고효율 태양광 모듈, ESS (에너지저장장치), 가스 및 지열 활용 냉난방 시스템, 고효율 전력 변환 장비, 스마트 미터 시스템, 빌딩관리시스템(BM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스마트그린솔루션 등 ICT와 에너지를 접목해 에너지의 생산에서부터 저장, 효율적 사용에 이르는 친환경적인 에너지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 아래 관련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부품 분야는 LG화학의 전기차배터리 세계 1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이 전기자동차, 스마트카 등 차세대 자동차 산업을 위한 각종 부품과 솔루션 개발사업을 육성해 나가고 있다.

한편, LG전자는 지난해 말 ‘B2B부문’과 ‘에너지사업센터’를 신설했고, LG화학은 소재ㆍ재료 사업 육성을 위해 지난 연말 기존 석유화학, 정보전자소재, 전지의 3개 사업본부 조직 체제를 기초소재, 정보전자소재, 전지 사업본부와 재료사업부문 등 3개 사업본부, 1개 부문으로 새롭게 재편하는 등 조직개편을 통해 소재ㆍ재료와 B2B 등 신성장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아낌 없는 R&D 투자=구 회장은 취임이래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R&D 분야 투자를 지속적으로 독려하며 치열하게 전개되는 글로벌 경쟁에서 시장 선도의 기반이 될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해오고 있다.

특히 구 회장은 최근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4조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를 건립키로 하며 LG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첨단 R&D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2020년 ‘LG사이언스파크’가 완공되면 전자∙화학∙통신 그리고 에너지∙바이오 분야 2만5천명의 연구인력들이 집결해 융복합 연구 및 핵심∙원천기술 개발을 통해 시장선도 제품과 차세대 성장엔진을 발굴하는 LG의 ‘첨단 연구개발 메카’ 역할을 수행하게 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구 회장은 지난해 ‘LG사이언스파크’ 기공식에서 “LG사이언스 파크는 창조적 혁신을 추구하는 우리나라 최대 융복합 연구 단지가 될 것”이라며,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수만 명의 다양한 인재들을 유치하고 육성하여, 기술들과 산업간의 융복합을 촉진하고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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