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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성장률까지 깎아먹은 단통법...올해도 ‘마이너스’ 요인
[헤럴드경제=최정호ㆍ황혜진 기자]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의 위력은 거셌다. 지난 10월 단통법 시행 이후 회생기미가 보이던 소비불씨를 꺼트리며 결국 경제성장률까지 낮췄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휴대폰 관련지출의 급감으로 내수부진을 겪으며 세달새 0.5%포인트나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9%에서 3.4%로 낮췄다. 이는 정부(3.8%)와 IMF(4.0%),한국개발연구원(KDI, 3.5%)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해 4/4분기의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저조했기 때문”이라고 “전기 대비 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0.4%(추정) 성장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주범은 단통법이다. 정부 재정지출 감소, SOC사업지출 감소, 수출 기여도 하락과 함께 ‘단통법 시행에 따른 내수부진’을 경기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단통법 시행 이후 줄어든 휴대폰 판매와 통신요금 지출이 문제였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나서 “부정적 효과는 곧 사라질 것”이라며 뒤늦게 불끄기에 나섰지만, 올해도 내수 악화에 단통법이 큰 역활을 할 것이라는 한은의 전망에는 변함이 없다.

장정수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정책총괄팀 차장은 “워낙 휴대폰 관련 지출이 급감하다보니 경제성장률 하락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단통법 시행 이후 휴대폰 판매는 급감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6일 발표한 ‘단말기유통법 시행 3개월 주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일 평균 5만 8363건이었던 이동통신 개통건수는 단통법 시행 이후인 10월 3만 6935건으로 반토났다. 정부가 임의로 정한 범위보다 싸게 스마트폰을 파는 것을 막겠다는 단통법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만든 것이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11월 들어 회복세를 보이면서 개통 건수가 일 평균 5만 4957건으로 늘었고 12월에는 일 평균 6만 570건으로 단통법 시행 전 대비 103.8%까지 달성했다며 자화자찬했지만, 이 조차도 허수라는 지적이다. 예전같으면 최신 단말기를 위해 100만원짜리를 선뜻 꺼냈을 소비자들이 이제 30만원짜리 구형 모델만 찾고, 또 심지어 장농에 있던 2~3년된 골동품까지 꺼낸 것이 상당수 포함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스마트폰 회선수가 4500만에 달하고, 통상 2년에 1번 교체한다고 했을 때 매년 2000만대 정도 신규 수요가 나와야 한다”며 “하지만 단통법으로 절반에 가까운 수요가 사라졌다”고 통계치를 보며 설명했다. 여기에 낮아진 구매 단가까지 더하면, 성장률 잠식 효과는 더 커진다.

이동통신요금은 소비자물가지수를 결정하는 481개 품목 중 3~4번째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휴대전화 요금의 물가 가중치는 45.3(이동통신료 11.4, 스마트폰이용료 33.9)에 달한다. 가중치는 가구의 월 평균 소비지출액에서 각 품목의 소비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가중치가 높을수록 해당품목의 지출액이 많다는 뜻이다. 도시가구의 월 평균 소비지출 총액을 1000원이라고 가정하면 이동통신비로 지출하는 금액이 45.3원이라는 의미다. 전세와 월세 지출비 등 주거비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휴대폰 이용요금은 특히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면서 “전ㆍ월세비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여파도 컸다. 단통법의 영향으로 통신관련 지출이 감소하면서 지난해 ‘10월 소매판매액지수가 전달대비 0.4% 감소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4.2%)를 제외한 휴대전화 등 내구재(-6.2%)와 준내구재(-2.8%) 판매가 전월보다 하락한 것이 요인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뒤에서 웃는 경제 주체도 있다. 바로 이동통신사들이다. ‘보조금 제한’은 ‘이통사 마케팅비 축소’로 연결됐고, 다시 이통사의 영업이익 증가로 귀결된다. 반면 이동통신사의 ARPU(평균 객단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월 8만원이 넘는 무제한 요금제, 고가 통신 상품에만 보조금을 집중하는 행태를 단통법이 예외적으로 허용한 까닭이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ARPU 증가와 번호이동 안정화는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 통신주의 연간 이익 증가 추세는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통법의 열매는 스마트폰을 더 비싸게 사게 된 소비자도, 또 어설픈 시장 개입으로 국가 경제까지 좀먹은 정부도 아닌, 통신 과소비에 힘입어 이익을 꾸준히 늘리고 있는 이통사일 뿐이라는 의미다.

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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