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19세 남자와 80세 할머니의 뻔한 사랑?
인생성찰 돋보이는 연극 ‘해롤드&모드’
“할머니와 젊은 남자의 뻔한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심오한 내용이네”

연극 ‘해롤드&모드’ 1막이 끝나고 인터미션에서 한 남성 관객은 여자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해롤드&모드’는 그동안 ‘19 그리고 80’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여러 차례 소개된 연극이다. 제목처럼 19세 남자와 80세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지만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동물원의 물이 지저분하다며 동물원에 사는 바다표범을 몰래 풀어주는 엉뚱한 할머니 모드는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모드는 좌충우돌하면서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경기장 밖에서 할 얘기가 없어” 등 통찰력 있는 대사로 감동을 주기도 한다.


자살하겠다는 위협과 장례식장 순례가 취미인 청년 해롤드는 장례식장에서 모드를 만난다. 모드는 매연이 심한 도시의 가로수를 몰래 뽑아 해롤드에게 숲에 옮겨심으라고 하고, 유기농이라며 술과 담배를 권한다.

무엇보다 모드는 “사람은 바보같은 짓을 할 자유도 있는 거야”라며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던 해롤드에게 용기를 준다.

자신의 누드화를 보며 천연덕스럽게 “종교적이니 신부님에게 줘야겠다”라고 말하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할머니에게 61살이나 어린 해롤드가 키스하는 장면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연극계의 대모 박정자<왼쪽>와 드라마 ‘미생’의 장백기로 대세가 된 강하늘이 각각 모드와 해롤드로 출연한다. 박정자는 2003년 이후 다섯번째로 모드를 연기한다. 강하늘은 고(故) 김주승, 이종혁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에 이어 해롤드역을 맡았다. 두 배우의 매력에 스타 연출가 양정웅은 특유의 유쾌함을 더했다. 해롤드의 맞선녀, 경찰 등 1인 7역을 해내며 관객들을 배꼽잡게 하는 멀티녀는 양 연출이 이번 공연에서 처음 선보였다. 해롤드의 파란색 집과 모드의 주황색 집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무대도 돋보인다.

제작사인 샘컴퍼니의 김미혜 대표는 “부유하지만 차가운 분위기의 해롤드 집과 따뜻한 모드의 집을 무대 양쪽에 설치해 강렬한 대비를 줬다”고 설명했다.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오는 3월 1일까지 공연한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