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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고인의 유레카]한 사람이 떠났는데…서울이 텅 비었다
‘한 사람이 떠났는데/ 서울이 텅 비었다/ 일시에 세상이 흐린 화면으로 바뀌었다’

문정희 시인의 ‘기억’이라는 시입니다.

단 몇 줄에서 우리는 그 절절한 헤어짐의 감정을, 누군가 얘기한 내 온몸의 모세혈관에 뿌리를 내린 나무가 통째로 뽑혀나가는 상실감을 느끼게 됩니다.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머니 배 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함민복 시인의 ‘성선설’이라는 시를 읽다 보면, 어머니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드려 하루쯤은 예전의 살가운 아들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내 손가락이 열 개인 이유를 다시는 잊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밥이 나오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밥뚜껑 위에 한결같이/ 공손히/ 손부터 올려 놓았다’

추운 겨울날 백반집 따뜻한 공기밥에 가지런히 올려지는 손을 세상에서 가장 공손한 손이라고 이야기하는 고영민 시인의 ‘공손한 손’.

식당 창문으로 밥 뚜껑에 손을 올려놓고 된장찌개가 나오길 기다리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뿌옇게 김서린 식당 창문 밖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광고인들의 창의적인 발상법은 무엇인가요?’

가끔 초청을 받아 진행한 강연이 끝날 무렵, 꼭 나오는 질문이고, 광고한다는 이유로 사실 사석에서도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처음에는 대충 얼렁뚱땅 눙치며 넘어가기도,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둘러대기도 했습니다.

광고기획이라는 직업이 ‘브랜드와 제품을 가장 매력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다른 관점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어디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연차를 막론하고 피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찾은 답은 ‘시’ 입니다.

염철 이노션 그룹장
처음에는 마음이 황폐해졌을 때 자가치유의 수단으로 읽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거기엔 소위 광고인들이 말하는 새로운 관점, 다른 생각, 못 보던 화법, 특별한 장면들이 온전히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산문이나 소설과 달리 짧지만, 어쩌면 오히려 더 어색하고 안 읽힐 수도 있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가만히 소리 내어 하루에 한편씩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왠지 영업비밀을 며느리에게 털어놓은 시어머니 같은 마음이 들긴 하지만 ‘시’를 읽는 습관은 분명 새로운 경험을 가능케 할 겁니다.

‘그대 올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요’ -안도현의 ‘겨울 숲에서’ 중에서. 문제 해결의 아이디어, 뜻밖의 돌파구, 답답함을 날려버리는 한줄기 빛. 시를 통해 그 모든 것이 모든 분들에게 폭설처럼 오길 기원합니다. 

염철 이노션 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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