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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문학상 작가 2인 “현대인은 누구인가”
199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토니 모리슨과 2014년 수상작가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이 나란히 나왔다. 토니 모리슨의 대표작 ‘재즈’와 모디아노 소설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팔월의 일요일들’은 저마다 독특한 스타일로 현대인의 정체성의 문제를 부조시켜 나간다.

‘재즈’는 1920년대 노예제 폐지 이후 흑인들의 얘기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노예가 아니지만 세상은 여전히 차별적이고 폭력적이다. 많은 흑인들이 남부를 떠나 북부로 향하고 주인공 조와 바이올렛도 새로운 삶을 꿈꾸며 도시로 떠나지만 결국 파국에 이른다. 버지니아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다 호두나무 아래에서 만나 결혼한 조와 바이올렛은 1906년 서던스카이 열차의 흑인전용칸에 올라 기회의 땅 할렘으로 흘러든다. 바이올렛은 집에서 손님을 받는 미용사로 억척스럽게 일했고, 조 역시 성실한 남편이었다.그러나 20년후 이들의 일상은 암울하다. 1926년 중년의 조는 열여덟살의 연인 도카스를 총으로 쏴 죽인다. 조의 아내 바이올렛은 소녀의 장례식에 찾아가 관 속에 누운 소녀의 시신에 칼을 휘두르며 소란을 피운 뒤 집으로 돌아와 키우던 새들을 날려보낸다.


토니 모리슨은 당시 재즈시대의 배경에 걸맞게 소설을 리드미컬하게 전개시켜 나간다. 전통적 서사기법의 틀을 깨고 재즈의 즉흥연주와 변주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대강의 플롯을 제시하고 다른 목소리와 다른 관점의 이야기들이 변주되며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복잡한 이야기 구조, 서정적이고 시적인 언어와 이미지들이 매력적이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팔월의 일요일들’은 상실과 망각이라는 주제를 즐겨 써온 모디아노 소설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 남모를 비밀을 안고 도망치듯 낯선 곳으로 떠나온 ‘나’는 옛 호텔 건물을 개조한 하숙집에 머무르며 연인 실비아와 새로운 출발을 꿈꾼다. 그녀가 지니고 있는 커다란 다이아몬드 ‘남십자성’을 처분해 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어느날 카페 테라스에서 우연히 알게 된 닐이라는 미국인 부부가 다이아몬드를 사겠다는 제안을 한다. 내키지 않지만 그들과 어울리던 한밤 중 실비아는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앞날을 보장해준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함께. 나는 실비아를 찾아 나서지만 그녀의 행적은 물론 그날 밤 일이 안개에 가려진듯 모호하기만 하다,

소설은 겅중겅중 건너 뛰듯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상세한 상황설명은 없다. 이런 구성이 읽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단속적이고 불연속성이야말로 기억의 특징이라는 점에서 효과적인 구성이기도 하다. 작가 특유의 추리소설적 기법이 몰입도를 높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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