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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펌 저작권 위반 합의금 장사 ‘빈축’
사소한 위반도 무차별 고소…2013년 개인 2만6440건 고발
85건만 정식재판 나머지는 합의…저작권 가치의 수천배 챙겨


취업준비생 김희준(27ㆍ가명) 씨는 얼마전 난생 처음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고교생이던 10여년전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한 카페에 판타지 소설을 올린 적이 있는데 그것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를 당한것이다.

자신이 인터넷 카페에 소설을 올렸다는 것조차 까맣게 잊고 지내던 김 씨에게 변호사는 합의금 500만원을 요구했다. 취업준비로 가뜩이나 생활이 팍팍한 김 씨는 갑자기 그만한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

저작권이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권리란 걸 부정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일부 법무법인들은 저작권법을 악용해 무차별적인 ‘합의금 장사’에 나서는 경우가 끊이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대검찰청의 2014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법인을 제외한 개인이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건수는 총 2만6440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검찰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한 경우는 2983건으로 11.3%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단 85건만 정식재판이었고 나머지는 약식기소였다.

아예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경우도 2898건(11%)이나 됐고, 대다수인 2만1664건(81.9%)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즉 합의금을 받고 소를 취하한 것이다.

변호사들은 일반인이 알아듣기 힘든 법률 용어로 잔뜩 겁을 준 뒤 “사정을 봐서 합의를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처음엔 수천만원을 부르는 경우도 많다. 당황한 개인들이 사정을 하면 봐주는 듯 수백만원 선으로 깎아준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제 저작물의 가치나 침해당한 권리에 비해 수백 수천배나 많은 금액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작권 위반이 될 수 있는 저작물은 도처에 깔려있다. 흔히 생각하는 영화나 만화, 소설, 음악 뿐 아니라 글씨체(폰트), 연예인 혹은 멋진 풍경의 사진 등 온라인 상에서 분쟁의 소지가 될 저작권은 다양하다.

인터넷 자유를 위한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에 따르면 저작권법 위반 사건의 피의자 중 23%가 미성년자이며, 부모 인적사항으로 기입한 경우를 포함하면 피의자의 50%가 미성년자로 추정된다.

오픈넷 이사인 남희섭 변리사는 “로펌들이 저작권법을 이용해 실제 입은 피해보다 더 많은 금액을 합의금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합의금 장사”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무차별 고소를 줄이고자 저작권법 처벌기준을 ‘피해기간 6개월, 피해금액 100만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개정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저작권 관련 단체들의 강력한 반대 속에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선 이같은 무리한 합의금 장사에 이용당하지 않도록 각 개인이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미성년자는 초범일 경우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를 통해 형사처벌이 유예된다.

그러므로 잠깐의 실수로 무리한 합의금을 요구받더라도 고민하거나 당황하지 말고 한국저작권위원회 등에 상담을 받는게 좋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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