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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산가들의 대형주 사랑 식었나
삼성전자·현대차,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 옛말
시총 상위 10개종목 100억~1200억원대 순매도 기록
100위권 밖 중형주·해외주식투자 규모 늘려
저성장 고령화 대비 바이오·제약·핀테크 관련주 관심



# 지난 10년 넘게 주식투자를 해오던 고액자산가 이모씨(45). 그의 주식 포트폴리오에 삼성전자가 빠져 본 적이 없다. 비중도 40% 정도를 꾸준히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어지간한 불황에도 견뎌주는 주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지난해 8월이후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 4억원어치를 분할매도, 이제는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 A증권 PB센터를 주로 이용하는 박모씨(39)는 올해들어 보유하던 주식 중 코스피 대형주 비중을 기존 80%에서 40%로 대폭 줄였다. 박씨는 당분간 코스피 대형주의 실적이 좋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중형주와 헬스케어주로 옮겨탈 생각이다.

최근 고액 자산가들의 대형주 중심 주식 투자 패턴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아무리 주가가 출렁여도 ‘갖고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던 대형주 사랑이 식어가고 있는 것이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들어 개인들의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순매매 현황을 살펴본 결과, 한국전력 주식만 368억원어치 순매수 했을 뿐 모든 종목의 주식을 100억~1200억원대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고액자산가들의 주식 포트폴리오에 늘 담겨 있던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올해들어 개인이 각각 826억원, 1284억원어치 순매도 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1조9957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개인들의 삼성전자 주식 연간 매도액이 1조원을 넘긴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서재연 KDB대우증권 PB클래스갤러리아 그랜드마스터PB는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은 편이긴 하지만 그 비중은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시가총액 100위권 밖인 중형주나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규모를 늘리는 고객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홍배 삼성증권 삼성타운 지점장은 “대형주를 팔고 중소형주나 중국 관련 주식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일부 감지되고 있다”며 “대세적 흐름으로 말하기 힘들지만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흐름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고액자산가들이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대형주 대신 포트폴리오를 끌어줄 다른 대상을 찾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어닝쇼크에 따른 삼성전자 주가의 급락과 외국인의 현대차 주식 매도 공세 이후 자산가들의 주식 포트폴리오에도 변화가 생겼다는게 프라이빗뱅커(PB)들의 전언이다.

자산가들의 대형주 사랑이 식은데는 무엇보다 ‘성장’의 갈증을 더이상 대형주에서 채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웅필 KB자산운용 상무는 “경기민감주인 대형주들은 중국 기업과 엔저로 무장한 일본기업 사이에 끼여 실적 개선이 요원한 상황”이라며 “확고한 시장 점유율 바탕으로 이익을 꾸준히 내는 중형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지수가 지루한 박스권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도 자산가들의 대형주 사랑을 식게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2011년 하반기 이후 1800~2050 박스권에서 맴돌고 있다. 올해들어서는 그 박스권도 매우 좁아진 상태다.

반면 자산가들의 중형주 투자는 점점 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동안 코스작 메디톡스 주식을 327억원어치 순매수했으며 한세실업(261억원), KH바텍(242억원), BGF리테일(146억원), DGB금융지주(142억원), 한미약품(133억원)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장영준 대신증권 압구정부지점장 PB는 “대형주 매도로 나온 자산가들의 자금이 어디로 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자산가들이 저성장 고령화를 대비 바이오ㆍ제약 관련주와 최근 핀테크 관련 유망주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환ㆍ손수용 기자/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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