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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패를 가르치지 않는 ‘온실사회’…서초ㆍ송파 가족비극의 뿌리
[헤럴드경제=서경원ㆍ이지웅 기자]지난주 발생된 서울 서초동 세모녀 살해사건과 프랜차이즈 업계 30대 사업가의 투신사건은 둘다 원인이 석연치 않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두 사람이 신변을 비관해서 그랬다고 보기엔 상황 자체는 그리 절망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패를 가르치지 않는 성공주의적 사회 풍토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6일 발생된 서초 살해사건의 강모(47)씨는 명문 사립대를 나와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고 강남의 중대형 아파트까지 가진 전형적인 엘리트 중산층이었다. 하지만 40대에 찾아온 실직과 투자실패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아내와 두 딸을 목 졸라 죽이는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지난 9일 서울 송파구에선 ‘프랜차이즈 업계의 미다스 손’이라 불렸던 30대 사업가 이모(38)씨가 아파트 투신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씨는 서울 유명 사립공대를 다니다 군 제대 후 곧바로 창업에 들어갔다. 그 당시 스물다섯 나이에 스시의 매력에 끌려 자본금 800만원으로 부산의 한 대학 앞에서 한 평 반 크기의 점포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테이크아웃 스시전문점은 학교 앞 명물이 됐고 3년 만에 300여개 점포를 보유하게 되면서 연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스물아홉이 되던 해엔 프랜차이즈 업계의 전설이라 불리는 한 유명 외식ㆍ배달 업체 회장에게 스카우트돼 한 계열사의 최연소 대표로 취임한다. 그의 이같은 성공 스토리를 담아 발간한 책도 화제가 되면서 청년 창업 시장에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제2의 창업을 하겠다며 런칭한 한방식품 업체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고 결국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후 2012년 초 다른 프랜차이즈 회사의 상무로 영입돼 1년도 안돼 전무까지 올라갔지만 작년 6월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얼마 전까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아내는 집에 빚도 없고 불화도 없었기 때문에 남편이 숨진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주변 동료들도 그의 죽음을 이애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자랄 때부터 실패를 가르치지 않는 우리나라의 성공 지상주의 교육관이 두 사건의 배경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사회에서도 승승장구한 인물일수록 처음 실패에 직면하게 되면 이를 극복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으로까지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우리사회는 모든게 경쟁이고 경쟁에서 이긴 사람만 살아남는 구조”라며 “사회가 안정되기 위해선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패에 익숙한 사람은 단련이 돼 있지만, 계속 승승장구했던 사람들에겐 패배가 주는 충격은 훨씬 더 클 수 밖에 없다”며 “우리나라도 패자부활전이 자연스러운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이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우리사회의 남성들은 부양자로서 역할이 무너지면 자신의 정체성도 잃어버린다고 생각하게 된다”며 “가장들에게도 가정 안의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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