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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녀회, 여전한 ‘甲의 횡포’…“이젠 커뮤티니 새 모델 고민할때”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아파트값 하락을 막기 위해 가격담합까지도 서슴지 않는 부녀회의 어두운 단면이 불거지면서, 입주자 모임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2~3년 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온라인상의 입주자 커뮤니티가 ‘건강한 부녀회’의 새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같은 목소리는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부녀회 회의에서 빚어진 폭행사건으로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곳 부녀회는 일부 중개업소가 자신들이 판단하는 적정 시세보다 낮은 수준으로 거래를 추진했다며 퇴출을 추진했다.

신천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부터 싱크홀이니 제2롯데월드 사고니 각종 악재가 덮치면서 잠실 일대 아파트 가격이 흔들리자 한동안 잠잠하던 부녀회의 어두운 단면이 드러난 일”이라고 했다.

부녀회가 그동안 부동산 퇴출과 아파트 시세 형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왔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 입주자들이 머리를 맞대 주거환경 개선이나 지역사회 공헌을 추진한다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것이다.

집값에만 연연하는 부녀회 모임이 아니라, 살기 좋은 아파트를 향한 아파트 브랜드 가치 높이기가 지역주민 커뮤니티의 새 역할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아파트단지.

강남구 자곡동 자곡포레 아파트 입주자들이 지난해 말 ‘래미안 강남포레’로 단지 이름을 바꾸려고 하자, 인근 ‘래미안힐즈’ 주민들이 구청에 강하게 항의하는 등 이름 변경을 저지하고 나선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 자산의 70~80%가 아파트 같은 부동산인 한국의 특성상 집값에 대해서 유별나게 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녀회 등 입주자들의 모임이 단순히 ‘집값’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아파트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주자들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갈등을 줄여 ‘살맛나는’ 아파트를 만들면 집값은 자연스레 오른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온라인 카페나 SNS에서 만들어진 입주자 커뮤니티는 아파트와 지역사회의 가치를 높이려는 역할도 도맡았다.

아파트 이름이나 지역명을 앞에 붙인 이른바 ‘○○맘 모임’, ‘XX동 커뮤니티’ 등이 입주자들 끼리의 단순한 정보 교류를 넘어서, 기부나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벼룩시장을 열어 모은 수익금으로 아프리카 같은 저개발국가에 우물을 만들어주는 ‘파크리오맘’(잠실 파크리오 아파트 커뮤니티)은 대표적인 사례다.

심 교수는 “지역민들이 모여서 규약집을 만들고, 동네 수준을 높이기 위해 다방면에서 고민하는 미국의 ‘HOA(Home Owner’s Association)’처럼 국내에서도 주거 환경의 질을 높이려는 입주자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도 건강한 아파트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다. 이르면 올 상반기 시범실시하는 ‘아파트 품질관리등급표시제’는 고민의 끝에서 나온 하나의 결과다. 관리비 절감비율, 공동체 활성화 정도 등을 평가해 등급을 매긴 뒤 이를 공개하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해당 아파트가 “얼마나 살기 좋은 여건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결과가 좋으면 자연스레 집값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경서 서울시 공동주택과장은 “입주자들 사이의 소통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유대감이 늘고 갈등은 줄기 마련”이라며 “단순히 가격이 아니라, 아파트의 품격과 가치 자체를 높이는 일은 매우 중요하며, 새로운 주거 문화의 흐름이될 수 있다”고 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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