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SBS의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 중 하나는 ‘월요커플’입니다. 닭살돋는 멘트와 은근한 스킨십을 주고 받는 개리와 송지효에게 시청자들은 (‘런닝맨’의 촬영일인 ‘월요일’을 따) ‘월요커플’이라는 애칭을 붙였습니다. 이들의 콘셉트인 듯 콘셉트 아닌 ‘썸’에 몰입한 이들은 ‘그냥 둘이 사귀라’고 주문하기도 합니다. 이들을 응원하는 팬 카페도 있습니다.

가상의 ‘썸’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진진하지만, 현실에선 고민스러운 일일 수 있습니다. 대개 ‘썸’이라고 불리는 애매한 관계가 지속된다면 두 가지 이유가 있겠죠. ‘귀찮음’ 또는 ‘망설임’. 전자가 이유라면 (상대방의 동의를 전제로) 하던대로 ‘썸’ 타면 됩니다. 다만 후자의 경우라면 관계를 진전 혹은 정리하는 데에 이 영화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의 연애’(감독 박진표ㆍ제작 팝콘필름)는 18년이나 ‘썸’ 관계를 유지해온 남녀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담은 영화입니다. 기상 캐스터 현우(문채원 분)와 초등학교 선생님인 준수(이승기 분)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절친한 사이입니다. 현우는 준수 앞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청승맞은 연애 상담과 술주정을 늘어놓습니다. 오피스텔 비밀번호까지 스스럼없이 그와 공유합니다. 


아무 문제도 없어 보였던 이들의 관계는 삐걱대기 시작합니다. 겉으로는 의리, 우정을 외쳤지만, 사실 준수에겐 현우를 향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자리잡았던 겁니다. 어느 순간 관계의 균형이 맞지않게 됐죠. 하지만 18년 친구 관계를 단숨에 뒤집기란 쉽지 않습니다. 까딱하면 관계 자체를 망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분명한 건 ‘발전된 관계’를 원한다면 도전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영화는 돌고 돌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두 사람을 통해, 망설임 때문에 ‘썸’만 타는 이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말합니다. 아울러 ‘썸’이라는 것이 연애를 온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도 일러줍니다. (물론 이 주제 의식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박진표 감독은 앞서 “가벼운 만남을 상징하는 ‘썸’에 종지부를 찍고, 조금 더 깊이있는 사랑에 다가가는 이야기로 관객과 공감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습니다. 연애보다 책임감과 부담이 덜한 ‘썸’을 연애의 대체제로 여기는 청춘들이 늘어가지만, 누군가 곁에 있었으면 하는 순간에는 정작 외로워질 수 밖에 없다는 거죠.


영화 자체를 평가하자면 ‘오늘의 연애’는 아쉬운 점이 꽤 있습니다. 중반 이후 주인공들의 엇갈리는 상황이 반복되며 지루해집니다. ‘커플 완성’이라는 로맨틱 코미디의 과제를 향해 달리다보니, 전형적인 결말부로 이어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썸남썸녀’로 분한 두 배우의 사랑스러운 매력과 전반부 공감 가는 연애 에피소드들은, 죽어있던 ‘연애 세포’를 꿈틀거리게 하기 충분해 보입니다. 연애하고 싶은 ‘썸남’ 혹은 ‘썸녀’가 있는 이라면 함께 극장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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