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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파이 키우는 길’vs ‘장수제품 죽이는 길’…카피의 두얼굴
맥콜부터 허니버터칩까지 끝없는 베끼기 초기 투자비용 등 리스크 회피가 주원인 연구원들 각고의 노력 한순간에 물거품“대박제품 무임승차…시장 공멸” 비판속“독점 견제-소비자 선택권 다양” 반론도
맥콜부터 허니버터칩까지 끝없는 베끼기
초기 투자비용 등 리스크 회피가 주원인
연구원들 각고의 노력 한순간에 물거품
“대박제품 무임승차…시장 공멸” 비판속
“독점 견제-소비자 선택권 다양” 반론도



전세계 음료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다국적 브랜드 코카콜라. 하지만 80년대에 국내 음료시장에서 코카콜라를 위협하는 토종 음료가 있었으니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일화의 ‘맥콜’이다.

‘맥콜’은 전성기때 연매출 900억원을 자랑하며 코카콜라 뿐 아니라 전체 음료시장을 평정할 정도로 맹위를 떨쳤다. 하지만 맥콜의 위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맥콜의 높은 성장세를 우려한 대형 음료업체들이 잇따라 미투(me too)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장의 출혈 과당 경쟁을 촉발했고 이로 인해 보리음료 시장은 완전히 붕괴됐다.

맥콜을 생산하는 일화도 결국 부도사태를 맞았고 지난 2005년 법정관리를 졸업할 때까지 수많은 고초를 겪었다.

맥콜의 일화가 교훈이 될 법도 했지만, 대박 상품의 인기에 무임승차하는 얄미운(?) 미투 제품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리지널(원조)로선 눈총을 줄 법 하지만, 카피캣(copycatㆍ모방꾼)은 쉽게 인기 대열로 낄 수 있는 매력이기 때문이다.

미투 제품은 넘쳐난다. 오리온 ‘초코파이’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롯데 초코파이’와 ‘크라운 초코파이’, 롯데제과의 ‘자이리톨’의 짝퉁인 ‘해태 자이리톨’, ‘오리온 자이리톨’이 대표적이다. 또 팔도 ‘불낙볶음면’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의 미투 제품이다. 최근엔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인기를 끌자 농심이 비슷한 제품인 ‘수미칩 허니머스타드’를 내놓기도 했다.

식품업계에 미투 제품이 성행하는 이유는 뭘까. 해답은 간단하다. 식품업체의 상품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투 제품의 경우 상품 디자인이나 광고 등 초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이른바 ‘히트상품’ 인기에 편승할 경우 일정한 매출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한상린 한양대(경영학과) 교수는 “미투 제품이 이렇게 넘쳐나는 이유는 기업들의 신제품 개발에 대한 리스크 회피가 가장 크다”며 “제품 개발을 위해 시장분석과 연구개발 등 초기 투자 비용을 카피제품을 통해 상쇄할 수 있다”고 했다. 한 교수는 또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은 제품을 모방해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별도의 홍보없이도 안정된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다보니 시장 상황은 조금은 어지럽다. 심지어 ‘짝퉁’이 원조 상품을 제치고 1위자리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최근 수미칩 허니머스타드를 출시한 농심은 막강한 유통망과 자금력을 총동원하며 달콤한 감자칩 신드롬을 일으켰던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을 제압했다. 짝퉁과 원조의 싸움에서 짝퉁이 승리를 거둔 셈이다.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지는 견해가 엇갈린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상품이 나오기까지 연구원들의 각고의 노력이 미투 제품으로 인해 한순간 물거품이 된다”며 “어렵게 신제품을 만들면 곧장 경쟁사에서 비슷한 짝퉁을 내놓기 때문에 상품개발에 대한 의욕이 살아나질 않는다”고 푸념했다.

미투 제품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표방하는 식품전문가들은 실제 한국의 식품시장에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리는 대박 상품은 많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꼽는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미투제품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교수는 “모든 식품업체들이 독자적 제품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새우깡과 같은 장수 히트상품이 나올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미투 제품은 ‘절대 악’의 존재인 것만은 아니다. 짝퉁 상품이 소비자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이를 통해 시장의 파이가 커질 수 있다며 역설적으로 긍정론을 펼치는 주장도 적지 않다. 미투 제품의 출시로 시장에서 1위 브랜드의 독주를 견제함으로써 독점 형성을 막을 뿐 아니라 여러 업체간의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시장의 파이를 키워 소비자와 모든 참여 기업에게 골고루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일리톨 껌이나 스포츠음료, 숙취해소 음료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짝퉁 상품이 오히려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모습은 화장품이나 소형 가전, 생활용품 등 다른 분야에서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식품업계 한 마케팅 임원은 “자일리톨의 사례처럼 미투 제품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선택의 다양성을 줬으며 껌시장의 트렌드까지 바꿔놓을 정도로 껌시장의 파이가 커졌다”며 “껌시장 뿐 아니라 화장품의 브랜드 숍의 경우도 미샤가 처음으로 브랜드숍을 오픈한 이후 경쟁사들이 따라하기를 통해 새로운 유통채널을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정환 기자/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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