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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배구조 교두보 확보 포석…재계 메가합병 가능성 부상
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 불발 그후
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 불발로 재계 내 초대형(Mega) 합병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룹 내부 기반으로 성장시킨 회사 지분의 현금화가 어려워 지면서, 결국 그룹을 지배하는 핵심회사와의 합병이 대안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신주가 대거 발행돼 주식맞교환이나 직접 매입보다는 총수일가가 확보할 수 있는 지분률이 낮지만, 지배구조 핵심에 교두보를 마련할 정도의 지분은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현대글로비스 지분 현금화를 또 강행한다면 그 동안 기업가치 상승을 이끌었던 경영권 프리미엄이 급격히 사라질 수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 지분만 상속 받아도 경영권 승계는 가능하다. 하지만 막대한 세금을 내야해 지배력 강화는 요원해진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주 동의도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모비스 주주 입장에서는 그룹 지주사 지위를 더욱 공고하게 누릴 수 있고, 현대글로비스 주주들은 그룹 지배구조 핵심으로 직행할 수 있다. 다만 합병으로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는 해소할 수 없다. 현대차가 가진 현대글로비스 지분도 신규순환출자에 해당하므로 처분해야 한다.

▶삼성전자+삼성SDS=현대글로비스 사태를 지켜보는 삼성의 입장도 초조하다. 현대글로비스와 삼성SDS의 처지가 동병상련인 까닭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재산을 상속ㆍ증여 받고,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배력까지 강화하려면 삼성SDS 지분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지분의 현금화가 어렵다는 게 이번 현대글로비스 사태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 시나리오는 더욱 설득력이 높아졌다. 어차피 삼성전자가 삼성SDS의 최대주주다. 두 회사의 사업연관성도 높아 주주 설득도 어렵지 않을 수 있다. 합병이 이뤄지면 이 부회장은 1~2%의 삼성전자 지분을 얻을 수 있고, 삼성물산도 4%대인 삼성전자 지분률을 6%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SK C&C+(주)SK=SK는 최태원 회장이 대주주인 SKC&C가 (주)SK를 지배하는 구조가 꽤 안정적이다. 하지만 SK C&C는 법적으로 지주회사가 아니다. 보유 중인 (주)SK 지분 31.8%의 가치가 총자산의 절반을 넘으면 강제로 지주회사로 전환된다. 이 경우 여러 지주사 규제로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최근 (주)SK 주가가 많이 하락했음에도 SK C&C 보유지분 가치는 2조5000억 원으로 지난 해 9월말 기준 SK C&C 총자산 5조4000억 원의 46% 수준이다.

그런데 SK C&C와 (주)SK가 합병하면 이런 우려는 사라진다. 이후 합병사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면 최 회장은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그룹 지배력을 가질 수 있다. 각각 발행주식의 19.8%, 12%에 달하는 (주)SK와 SK C&C의 자사주도 새로운 지주사로 넘어가면서 의결권이 되살아나 지배력을 더욱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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