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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인터뷰]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시이 유야 감독…'이별까지 7일'로 '가족'을 읊다
늘 소녀 같고, 천진난만하던 어머니가 이상하다. 건망증이 점점 심해지더니, 급기야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내게 '누구냐'고 묻는다. 병원을 간 어머니는 뇌종양 말기 판정을 받았고, 의사의 표정은 어둡다. 가족에게 남은 시간은 '일주일'.

눈이 번뜩 뜨일 수밖에.


'죽음을 앞두고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와 남은 가족들의 간절한 일주일'을 담은 영화 '이별까지 7일'(ぼくたちの家族, Our Family, 2014)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이시이 유야(石井裕也) 감독은 책의 내용을 토대로 하면서도, 영상으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은 과감하게 버리는 방법을 택했다.

'사와코 결심하다!', '미츠코, 출산하다' '논두렁 댄디' 그리고 '행복한 사전' 등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작품으로 관객과 평단의 인정을 받은 이시이 감독은 지난해 10월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올해 다시 한 번 내한했다. '씨네토크'와 '씨네마 톡' 등 관객과의 대화(GV)는 물론, 언론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별까지 7일'의 프로모션에 나섰다. 지난 11일 이시이 유야 감독을 만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시이 감독은 "29살, 20대의 마지막에 만든 영화"라고 소개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츠마부키 사토시(妻夫木聡)가 장남 코스테 역을 맡았고,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 역은 하라다 미에코(原田美枝子)가 연기했다. 차남 슌페이는 이케마츠 소스케(池松壮亮)가, 아버지 역은 나가츠카 쿄조(長塚京三)가 각각 맡았다. '일본 영화계의 젊은 거장'으로 불리는 이시이 유야 감독을 비롯해 개성이 넘치면서도, 캐릭터에 녹아드는 힘을 지닌 배우들이 모여 '이별까지 7일'을 완성시켰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병으로 가족이 모두 의기투합, '이별까지 7일'은 환상이 아닌, 현재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가족 이야기를 그려내 관객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무언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계속 바뀐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돌아보면 10대 때 생각했던 것이 지금은 바뀌었고, 앞으로의 4, 50대도 계속해서 생각이 바뀌어 갈 것 같아요. '가족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닙니다. 그건 알 수가 없고, 앞으로도 모를 거예요. 그렇다고 무시해도 되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죠. 익숙하지 않고, 때론 귀찮더라도 가족은 마주해야 하는 것 같아요. 포기하면 안 되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가족 아닐까요?"

이시이 감독 역시 촬영을 하는 동안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평소에는 무뚝뚝한 아들일지언정, 영화를 계기로 새롭게 피어난 생각들.

"마주 한다는 건, '보다'라는 의미예요. 가족이 함께 있는 건 당연한 것, 모두들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놓칠 수 있죠. 하지만 그런 것들이 나이가 들면서 바뀌어 가고요."

소설이 원작이었기 때문에 이시이 감독은 기본적으로 책 속의 내용을 넣고자 했다. 하지만 100% 영상화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영상으로 변화하기 힘든 부분을 빼내는 식으로 작업했다. 인물들의 과거가 그랬고, 이 중 가장 아쉬운 대목은 '어머니의 일기'이다.

"소설에는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과거가 들어있었어요. 어린 시절의 이야기죠. 물론 영상화가 가능은 하지만, 그러면 아역을 누가 하느냐의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에 과감하게 뺐습니다. 가족 4명의 연기로 과거의 일들을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죠. 또 하나는 '어머니의 일기'예요. 영화 속 어머니의 편지가 살짝 나오긴 하지만, 원작에는 어머니가 병에 걸린 이후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거든요. 병세가 심해지면서 비뚤비뚤 써 내려간 글인데, 일기적인 표현을 영상으로 담아내기가 좀 힘들 것 같아서 빼게 됐습니다."

'이별까지 7일'은 가족의 이야기인 만큼 어머니와 아버지, 장남과 차남 등 4인의 동선과 감정 변화에 따라 흘러간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4명의 캐릭터는 탁월한 연기력을 겸비한 배우들로 인해 빛났고, 작품 역시 더욱 선명해졌다.


이시이 감독도 배우들에 대한 찬사를 잊지 않았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여러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 고민하고 생각에 잠길 때의 표정이에요. 그런 것이 이 역할에 딱 적합하다고 느꼈고, 또 츠마부키 사토시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영화로 첫 호흡을 맞췄지만, 이시이 감독은 자신의 선택에 대만족했다.

아울러 슌페이 역의 이케마츠 소스케를 두고는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를 처음 만났을 당시에는 지금만큼은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어요. 그래도 저는 '스타'가 될 거라고 생각했죠. 22살의 이케마츠 소스케는 소년에서 남자,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었어요. 경력 역시 스타가 되어가는 과도기라고 할까요,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그 순간을 영화에 담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어머니 역의 하라다 미에코 역시 이시야 유야 감독은 만족감을 표했다. "소녀 같은, 천진난만한 귀여움을 갖고 있는 50대의 배우가 일본에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이시이 감독은 거듭 "'가족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관객의 상상력을 중요하게 여기며, 자신 역시 상상을 하며 보는 영화를 좋아한다.

"관객들에게 저의 개인적인 의견을 강요하는 영화는 아니에요. 설명하자면, '가족은 뭘까?' 라든지, '우리 가족은 지금 어떻지?'라는 걸 생각하게 만들고 느끼게 하는 영화죠. 관객에게는 상상력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기쁘다! 슬프다! 라는 감정을 정면에 앞세우는 영화도 물론 재미있지만, 관객이 스스로의 상상으로 보고 느끼는 영화가 개인적으로는 좀 더 재미있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보는 이들의 상상력에 맡기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죠."

이시이 유야 감독은 전작 '행복한 사전'으로 국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따뜻하면서도 희망적인, 마음을 포근하게 만드는 특유의 분위기가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낸 것. 때문에 이시이 감독에게 '희망'을 기대하는 관객도 적지 않다.

"관객이 제게 기대를 해주는 건 정말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이시이라는 영화감독이 하나로 정의되고 결정되는 건 곧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잡힐 것 같지만, 잡히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관객에게 전달하는 메시지 역시 그렇다. 사실 20대 때는 누구나 마찬가지로 '세상에서 내가 최고다'라는 생각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많았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는걸, 시간이 흐르며 깨닫게 됐고 단순하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관객에게 억지로 강요하고픈 메시지는 없다. 다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관객이 '내일 좀 힘내보자!'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을 뿐이다.

이시이 유야 감독이 전하는 가족 이야기, '이별까지 7일'은 오는 15일 전국 극장에 개봉, 관객들을 만난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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