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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재냐 악재냐…고가도로 철거 인근지역 부동산 영향은?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1. ‘만리동 봉제공장. 30평. 3층 2000-80.’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중림동의 한 부동산에 매물을 안내하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목록에는 임대 매물로 나온 만리동의 봉제공장 자리 2곳이 적혀있었다.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봉제공장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2. “지금 조합원 물량 구하기가 쉽지 않네요. 일단 리스트에 이름 올려 드릴까요?”. 같은 날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공사가 한창인 한 아파트 분양권을 문의하러 온 손님이 발길을 돌렸다. 이곳 대표는 “이곳 주민들은 고가도로 철거를 쌍수 들고 환영했어요. (철거한 덕분에)밖에서 아현동을 바라보는 시선도 좋아졌지”라고 웃었다.

한때 도시화를 상징했던 서울의 고가도로가 퇴물 취급을 받으며 속속 철거되고 있다. 지난해 아현고가는 개통 45년만에, 약수고가는 개통 30년만에 철거됐다. 서대문고가 철거도 조만간 이뤄진다. 1970년 세워진 서울역고가는 전면 철거 대신 공원화가 추진되고 있다.

철거를 둘러싼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 주민과 상인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반면, 철거를 반기는 주민들도 보인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른 탓이다. 특히 서울역고가 공원화를 둘러싼 마찰음이 가장 크다.

반대하는 쪽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교통체증이다. 고가도로가 공원으로 탈바꿈하면 마포 방면으로 나가려는 차량이 좁은 퇴계로에 엉키게 된다는 것이다. 남대문상인들은 “교통체증이 발생하면 시장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줄어들어 상권이 무너질 수 있다”며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역 서부교차로에서 공덕동까지 이어지는 만리재로 모습. 서울역고가를 거치면 동대문까지 15분이면 닿는다.

서울 중구 청파동, 중림동, 만리동 일대에 밀집된 봉제업체들도 서울역고가 공원화에 반대한다. 이들 업체 대부분은 동대문시장에서 받아온 원단으로 물건을 만들고, 다시 동대문시장으로 납품한다. 때문에 동대문과 공장을 최단거리로 이어주는 서울역고가의 존재는 이들에게 생명과도 같다. 중구ㆍ마포구청에 따르면 이 일대에만 1000여곳의 봉제공장이 있다.

청파동에서 만난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퀵(오토바이 배달)으로 달리면 동대문에서 이곳까지 15분만에 주파할 수 있어서 서울역고가는 우리에겐 생명줄과도 같은 존재”라고 했다. 이곳에선 짐을 싣고 골목길을 누비는 오토바이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인근 명가공인 이춘영 대표는 “봉제공장으로 쓰이던 건물 3곳이 지난 연말에 매물로 나와 있다”며 “납기가 생명보다 중요한 봉제공장들이 동대문과 가까운 지역으로 떠나는 판”이라고 우려했다.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서울시가 조성하려는 서울역고가 공원을 ‘꽃길’이라고 일컫는다. 이들에 따르면 한때 3.3㎡당 3500만원에 달했던 일대 땅값은 현재 2000만~3000만원까지 떨어졌다. ‘꽃길’ 때문이다.

아현역 일대 모습. 고가차로가 사라지고 버스중앙차로가 생기면서 과거에 비해 정돈된 모습이다.

반면 지난해 일찌감치 아현고가 철거를 매듭지은 아현동에선 대체로 긍정적인 목소리가 크다. 아현뉴타운이란 이름 아래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주거환경이 개선된 덕에, 주민들의 만족도도 크고 아파트 가치도 올랐다고 공인중개사들은 귀띔한다.

북아현동 호박공인 마정민 대표는 “워낙에 아현동은 사통팔달 요지인데다가, 고가도로 사라지면서 분위기도 밝아진 덕에 아현뉴타운 아파트에 관심이 커졌다”며 “2017년 입주 예정인 아현아이파크 조합원 분양권에는 웃돈이 1억원 이상 붙었다”고 했다.

북아현e편한세상 공사현장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공인 대표도 “올 4월 입주하는 공덕자이를 비롯해 앞으로 순차적으로 준공될 각 단지의 가치는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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