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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자금대출 쌓여가는데…”…취업난에 ‘사면초가’ 대학생들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1. 서울의 한 명문 여대에 다니는 박지민(24ㆍ가명) 씨는 요즘 가슴이 답답하다. 남들이 알아주는 명문 여대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도전한 취업 전선에서 전부 미끄러졌기 때문이다.

지민 씨는 원래 졸업을 하지 않고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졸업유예’를 하려고 했다. ‘취업 못한 졸업생’보단 ‘재학생’ 신분이 구직에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학교는 올해 1학기부터 필수 이수학점을 모두 취득한 학생이 정규학기(8학기) 이상을 다닐 경우, 등록금의 6분의 1 이상을 내고 1학점 이상 추가 등록을 해야만 재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학칙을 개정했다.

이전에는 졸업논문을 내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재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불가능해진 것이다.

지민 씨는 “졸업생이나 수료생 신분이 되면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도 할 수 없고, 취업에 있어서도 아무래도 불이익을 보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등록금을 내고 한 학기를 더 다닐까도 고민했지만 최근 몇년간 잠잠했던 학교가 올해는 등록금 인상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리는 마당에 고생하시는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아 포기했다.

13일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대졸자 취업률은 2012년 56.2%에서 2013년 55.6%, 2014년엔 54.8 %로 점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여대생의 취업률은 2012년 52.1%에서, 2013년 51.3%, 2014년은 51.1%로 남자들보다 취업이 더 힘든 상태다.

지민 씨가 살고 있는 학교 근처 원룸은 곧 계약이 만료된다. 저금리 기조에 전셋집을 월셋집으로 바꾸거나, 월세 보증금을 올려달라고 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봐서 지민 씨도 불안에 떨고 있다.

[헤럴드경제DB사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2. 강남원(28ㆍ가명) 씨도 요즘 한숨이 부쩍 늘었다. 명문은 아니어도 서울 소재 중위권 대학 경영학과 졸업을 앞둔 강 씨는 취업이 이렇게까지 어려울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매학기 꼬박꼬박 학자금 대출을 받아온 강 씨는 혹여 취업이 잘 안되기라도 하면 이 많은 학자금대출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두려움에 밤잠도 설친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두 학기 동안 대학생들이 받은 학자금대출은 78만3700여건. 매학기마다 40만명에 가까운 대학생이 자신들의 미래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공부를 했다.

이들이 지난해 받은 학자금대출 총액은 2조4217억원에 이른다.

강 씨도 빚을 지며 열심히 공부했지만 취업은 커녕 인턴 합격조차 ‘하늘에 별따기’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어디든 기본 수십대 1이 넘어가는 경쟁률에 강 씨는 자신감을 점점 잃어 갔다.

용돈 벌이를 위해 과외를 하고 싶어도 남학생들은 과외 자리조차 마땅치 않고, 방학이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도 괜찮은 알바 자리는 순식간에 모집이 끝나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교 기숙사에 사는 강 씨는 요즘 학교 근처 원룸으로 이사를 가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은 월셋방 구하기도 쉽지 않다지만 한 달에 50만원이 넘어가는 기숙사비가 원룸 월세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강 씨는 지난 5일 연세대 총학생회와 민달팽이유니온 등 시민단체가 “70만원에 달하는 기숙사비가 주변 원룸 시세보다 비싸다”며 기숙사비 인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우리 학교는 그 정도로 비싼건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마저 들었다.

오늘따라 초라해보이는 자기소개서를 보며 남원 씨는 끊었던 담배 생각이 간절했지만 크게 오른 담뱃값에 사서 피울 엄두가 나지 않아 꾹 참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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