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주최한 ‘제 4차 글로벌 프랜차이즈 포럼’에 강연자로 선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올 한해 소비시장을 규정짓는 트렌드를 전망했다.
김 교수는 2015년도 소비시장의 10가지 트렌드를 ‘COUNT SHEEP(‘양을 세다’라는 뜻)’이라는 약어로 표현하고, 이 중 ‘C‘에 해당하는 ‘Can’t make up my mind(결정을 할 수 없다)’를 첫번째 트렌드로 꼽았다.
그는 남들이 선택해 준 대로 살아오느라 결정의 방법을 익히지 못한 세대가 상품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소비해야 할 지 몰라 헤매는 현상을 지적하며, 선택을 외부에 맡기는 ‘아웃초이싱(Out-Choicing)소비’와 남들의 선택을 따라하는 ‘베스트셀러 추종형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좀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햄릿형 소비자들에 대처하는 방식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식당 가서 어디 앉을까요 물어보면 ‘아무데나 앉으세요’라고 하는데, 그러지 말고 제안을 해야 한다. ‘어느 자리가 좋으니 앉으세요’라고 해야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 제안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할지 계속해서 연구해야 한다. 그래서 빅데이터도 필요하다. 그것을 ‘큐레이션’이라고 한다.”
김 교수는 또 다른 트렌드로 ‘사은품 때문에 본제품을 구매하는 현상(Tail wagging the dogㆍ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듦)’을 꼽았다. 그는 이를 ‘꼬리경쟁’이라고 표현했다. 슈퍼마리오 피규어를 사기 위해 맥도날드 해피밀을 사먹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그는 반찬으로 나오는 깻잎 때문에 식당을 고르는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식당에서도 주 메뉴가 아닌 작은 밑반찬이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길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어떤 사은품이 좋은 ‘꼬리’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김 교수는 “따로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것이어야 한다. 요즘 통신사 보면 라면, 생수, 휴지 이런 거 가지고 사은품이랍시고 경쟁하는데 다른 것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사람들의 과시욕(Showing off everyday, in a classy wayㆍ폼나게 매일매일을 자랑한다)’도 트렌드의 하나로 꼽혔다.
김 교수는 이러한 트렌드를 증명하는 현상으로 ‘셀카’를 꼽으며 “소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명적인 변화”라고 칭했다. 그는 과시형 소비의 역사를 3단계로 구분, ‘과시 1.0 시대’에는 자신의 신분을 과시했다고 설명했다. 신분 제도가 사라진 ‘과시 2.0’시대에는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셀카가 오늘날의 ‘과시 3.0 시대’를 열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의 한 식품 매장은 조명의 조도를 제품이 예쁘게 보이기 위한 조도가 아니라 셀카를 찍기에 좋은 조도로 해놓는다”며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하기 위한 업계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년 세대(Elegant Urban Grannyㆍ우아한 도시 할머니)’ 역시 소비시장을 흔들 트렌드의 하나로 꼽혔다. 김 교수는 “도회적이고 세련된 할머니들이 자신을 위해 본격적으로 쌈짓돈을 풀기 시작했다”며 “이들에게 최적화된 마이크로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노년층을 표적으로 한 마케팅은 예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김 교수는 ‘고령 전용’임을 표방한 브랜드 치고 성공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시세이도에서 ‘50이 아름다워지면 일본이 아름다워진다’라는 카피로 브랜드를 홍보했는데 망했다. 그것을 소비하면 그 순간 내가 50살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되니까”라며 ‘자기 인식 연령’이라는 용어를 내밀었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실제 나이에 0.7을 곱한 숫자를 자신의 나이라고 인식한다는 것.
김 교수는 “고령자 마케팅은 고령자를 고령자라 부르면 안되는 ‘홍길동 마케팅’”이라며 “물건 사는 사람의 자존심이나 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이밖에 ‘Orchestra of all the senses(오감 만족)’, ‘Ultimate omni-channel wars(옴니채널 전쟁)’, ‘Now, show me the evidence(증거주의)’, ‘Hit and Run(소비자와의 썸타기)’, ‘End of luxury : just normal(평범함 속의 여유)’, ‘Playing in hidden alleys(숨은 골목이 뜬다)’ 등을 새로운 트렌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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