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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판을 엎은 외환은행 노조, 대승적 결단인가 단순한 시간 끌기인가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외환은행 노조가 기존의 판을 엎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통합을 위한 노사 협상에서 예비협상 없이 본협상으로 곧바로 가자고 하나금융 측에 제안한 것이다.

12일 서울 중구 을지로 외은 본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외은 노조는 이같은 제안을 지난 11일 사측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시점이 금융당국이 노사협상 없이도 통합 승인을 할 수 있다는 강수를 둔 후라 업계에서는 외은 노조가 이날 당국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과 함께 구체적인 쟁의 계획 등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업계의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조기통합 노사합의의 예비협상 격인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에 대한 논의를 중단하고, 곧바로 ‘본 협상’에 들어가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이다. 협상 시안도 60일로 못 박아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지 않도록 배수진을 쳤다.

이날 결연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나선 김근용 외은 위원장은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은 본래 대화의 진정성과 실효성을 확보하자는 것이었는데도 이것이 노사 상생을 위한 공동선언문 정도로 변질됐다”며 “오히려 실질적인 (노사간)대화 개시를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 때문에 본 협상도 개시하지 못한다면 이 합의문에 매달리기보다 본 협상을 신속하고 밀도 있게 진행해 새로운 합의서를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외은 노조의 이같은 결정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노조의 의도에 대해 설왕설래 중이다. 노조가 노사합의를 위해 대승적인 결단을 내린 것인지, 아니면 통합을 방해하기 위해 단순히 시간 끌기에 들어간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노조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하나금융과 외은 노조는 오는 3월 13일까지 통합 여부와 통합원칙, 인사원칙 등에 대한 본 협상을 진행해야 해 3월1일에 통합을 완료하려던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반응은 우선 긍정적이다. 당국은 신제윤 금융위원장까지 나서 노사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합의 없이도 통합 승인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통합의 가장 좋은 모양새는 노사 합의 하에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초 노사가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과 같은 예비협상을 하면 당국이 예비인가를 하고, 이후 본 협상을 진행해 마무리가 되면 본 인가를 할 계획이었지만, 노조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당장 예비인가를 진행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노조의 의도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쨌든 당장 통합 논의에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당초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을 제시한 것은 사측이 아니라 바로 노조였다. 노조가 자신이 제안한 것을 스스로 철회하고 본 협상을 하자고 먼저 나선 것이다. 노조의 의도가 단순히 통합을 못 하도록 시간 끌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신속하고 효율적인 합의를 하려는 점을 인정받으려면 이제는 사측을 독려해 협상에 적극적 나서야 할 것이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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