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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트렌드 리포트> 스마트폰으로 쇼핑하는 꽃할배를 잡아라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부산에 사는 주부 김모(60) 씨는 주로 백화점 3층에 위치한 여성의류 매장에서 쇼핑을 한다. 더 고층에 위치한 마담복 매장은 할머니 같아서 싫다는 것. 김 씨는 “날씬하고 맵시좋은 친구들은 아래층 캐주얼이나 미시의류 매장에서 옷을 사입는 걸 자랑처럼 말한다”며 “고가의 마담복을 사는 것보다, 젊고 세련된 느낌이 드는 옷을 입을 때 만족감이 더 크다”고 했다.

젊게 살고 싶어하며, 실제로 자신들은 젊다고 생각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의 시대다. 자식들이 아닌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들은 여가 및 경제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신소비계층으로 떠오른 이들을 잡기 위한 유통업계의 마케팅도 날로 활발해지고 있다. 소비의 중심축이 중년에서 장년으로 옮겨가고,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예견되는 한국사회에서 액티브 시니어만한 신성장동력도 없기 때문이다.

▶돈을 쓸 줄 아는 세대, 액티브 시니어=일반적으로 노령인구 증가는 소비성향의 감소로 이어져 유통업계에는 마이너스요인으로 통한다. 소득감소와 부족한 노후대책으로 인해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롯데미래전략센터에 따르면 60~70대 고령층을 중심으로 평균 소비 성향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03년 0.75%에 달했던 60대 가구주의 평균 소비성향은 지난 2013년엔 0.69%로, 70대 가구주의 경우에도 0.90%에서 0.75%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액티브 시니어는 다르다. 여유있는 자산을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이들은 고령화 사회의 또다른 얼굴이다.

국내의 경우 액티브 시니어는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1차 베이비부머 세대를 가리킨다. 714만여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4.3%를 차지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시니어 연관 산업 규모는 2010년 33조2000억원에서 큰 폭으로 성장해 2020년에는124조90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액티브시니어와 유사한 ‘No more Uncle(Aunt)’를 의미하는 노무족(노마족)으로 불리기도 하며, 롤러코스터 세대로도 통한다. 전후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1970~8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경제적 풍요로움을 맛봤다. 그간 축적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돈을 쓸 줄 아는 세대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60대 이상 고객의 백화점 이용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매년 60대 이상 고객의 매출 구성비가 증가해 지난해 1~11월 기준으로 매출 구성비가 10% 를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역동적인 시니어를 겨냥한 상품 및 마케팅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기존 제품들의 타깃이 시니어로 확장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시니어 시장에 대한 이해도 높여 신성장동력으로=노년인구의 주요 관심 분야는 안티에이징ㆍ헬스케어ㆍ레저 등으로 통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나이 들어보이기를 원치 않는 양면성은 시니어 시장에 접근할 때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를테면 노화를 막는다는 ‘안티에이징(Anti-ageing)’ 보다는 젊음을 유지하자는 ‘스테잉 영(Staying young)’ 등의 표현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다.

시니어 시장이 신성장동력으로 거론된 것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아직 기업들의 시니어 시장에 대한 이해와 접근은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LG경제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시니어 시장:섬세하고 포용적인 접근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BCG는 자사 고객 기업들의 약 5%만이 시니어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닐슨 데이터(Nielsen Data)에 의하면 소비재 상품 소비의 반을 차지하는 시니어 집단에 대한 광고집행 비중은 전체의 약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고령화를 통한 사업기회를 당장의 이슈가 아닌 먼 미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점도 시장 활성화를 가로막았다는 지적이다.

시니어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로, 최근 달라지고 있는 시니어 세대는 더욱 그렇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트렌드 키워드로 ‘SCALE’을 제시했는데 여기서 ‘E’는 Elder Surfer(엘더 서퍼)를 뜻한다. 온라인 모바일 쇼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노년층을 가리키는 말로, 지난해 기준으로 50대의 스마트폰 사용률은 절반에 육박한다. 또 김난도 서울대 교수 등이 쓴 ‘트렌드 코리아 2015’에서는 도시적이고 세련된 삶을 즐기는 할머니, 어반 그래니(urban-granny)가 올해 트렌드로 꼽히기도 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고령화가 진전되면 향후 경제성장률이 고령친화산업의 성장률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며 “고령친화산업 분야의 신성장 산업 육성에 주력해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소득증가와 소비활력 증대가 선순환을 이루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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