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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L 올스타전 유감] ‘팬 위한 KBL 올스타전?’ MVP 투표권도 이제 팬에게 주자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프로농구 올스타전은 흔히 100점을 넘는다. 1점도 안주려는 수비보다는 멋진 공격은 서로 어느 정도 허용하면서 즐기는 게임이다. 팬들에게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고, 서로 다른 팀에서 뛰던 특급 선수들의 색다른 조합을 지켜보는게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상대 선수들이 최고령 선수였던 허재를 들어올려 덩크슛을 시켰던 장면도 있었다.

그렇다면 가장 많은 득점과 다양한 기록을 세운 선수가 MVP를 수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올스타전 MVP는 받으면 좋지만, 못받았다고 원통할 것 없는 ‘보너스 타이틀’이다.

하지만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외국인 선수가 MVP를 수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외국인 MVP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투표권을 가진 취재진들은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생각탓인지 국내 선수중에서 MVP수상자를 찾는 경우가 많다.

11일 열린 2014~2015 프로농구 올스타전도 그랬다.

1987년 이전 출생선수와 1988년 이후 출생선수로 팀을 나눠 펼쳐진 이날 경기에서 주니어 드림팀의 센터로 나선 울산 모비스의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무려 29점 2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리바운드는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하지만 MVP는 16점 6어시스트를 기록한 SK 김선형에게 돌아갔다. ‘한국선수’로 범위를 좁힌다면 김선형은 수상 자격이 충분했다. 또 보통 외국인 선수처럼 라틀리프가 ‘MVP는 한국선수가 받겠지’라고 체념했다면 별 상관없다.

그러나 아직 어린(?) 라틀리프는 발에 땀나도록 뛰었고, 팀은 이겼고, MVP는 당연히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운해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고 말았다.

이제 팬들도 알고 있겠지만, 프로농구 올스타전의 투표방식은 기자단 가입사들의 소속 기자들이 경기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투표를 마친다. 기자단에 가입되지 않은 기자들의 의견도, 마지막 쿼터에 불같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의 활약도 반영되지 못한다.

굳이 이런 방식을 20년 가까이 고집해야할까. 이제는 한번 생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경기장을 찾은 팬들과 TV로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이 투표권을 갖고 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궁금하다. 기자단보다 더욱 ‘애국투표’를 하는 팬도 있을 수 있고, ‘기록만 고려하겠다’는 팬도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표본이 많아지고 참여자가 많아진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최고의 겨울스포츠에서 물러난 지 이미 오래된 프로농구가 그나마 애정을 갖고 있는 ‘컬트적인 농구팬’에게 무언가 선택권을 준다면 그들의 애정은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

방법이 어려운가.

손으로 쓴 취재진의 쪽지를 수십장 수거하는 것보다는 복잡할지 모르지만, 모바일 투표와, 모바일 집계가 지금 한국의 IT수준에서 고난이도의 작업일 것 같지는 않다. 올스타전 MVP가 30여표 받았다는 것 보다, 4000표 받았다는 것이 더 많은 팬들이 함께 했다는 느낌을 주지 않은가.

오래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복잡하고 귀찮다. 하지만 20년쯤 고수했으면 변화를 시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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