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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 주간지 테러> 과거 영화감독도 피살…‘끝 모르고 되풀이되는 비극’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백주 대낮에 잔혹극의 오프닝과도 같은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무장 괴한들이 프랑스 파리의 한 주간지 사무실을 습격, 12명이 총격 살해 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샤를리 엡도’라는 이름의 주간지는 지난 2006년부터 꾸준히 무슬림(이슬람교도) 풍자 만평을 게재해 왔고, 2012년엔 무함마드의 누드를 담은 만평으로 이슬람 단체로부터 명예훼손으로 제소됐다. 이번 주간지 테러 사건은 범인 2명이 사살되며 일단락 됐지만, 이슬람권과 반(反)이슬람 진영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조짐이다.

반 이슬람 목소리는 과거 영화 매체를 통해서도 몇 차례 터져 나왔다. 이는 유혈 사태를 촉발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출신 영화감독 테오 반 고흐는 2004년 이슬람의 여성 차별을 비판한 영화 ‘굴종’을 제작했다가 도심 한 가운데서 피살됐다. 이에 한 덴마크 신문은 무함마드를 테러리스트로 묘사한 만평을 게재해 이슬람권을 술렁이게 했다. 당시 유럽 지역 다른 언론사들도 동조 만평을 올리며 지지했고, 이번에 테러 피해를 입은 샤를리 엡도도 만평 행렬에 동참했다. 

사진=영화 `무슬림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 중 한 장면.

2012년 9월에도 무슬림을 풍자한 영화 한 편이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당시 ‘무슬림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이라는 영화의 예고편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는데, 이슬람의 선지자인 무함마드를 모독하는 내용이 담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무슬림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고,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살해 당하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당시 영화를 제작한 유대계 미국인은 샘 바실은 이슬람교에 대해 “암처럼 혐오스러운 종교”라며 “이슬람교의 결함을 드러내고 이스라엘을 돕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작품성이 목적이 아니다 보니, 영화 자체는 조악한 수준이었다. 아랍인을 연기한 배우들이 모두 백인인데다, 그림으로 만든 사막 배경마저 어설퍼 몰입감을 떨어뜨렸다. 무함마드는 술주정뱅이에 좀도둑, 소아 성애자로 묘사된다. 시사지 애틀랜틱은 “어설픈 전개에 특정 종교를 일방적으로 비하하는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샤를리 엡도는 ‘무슬림의 순진함’을 옹호하고 나섰다. 영화에 대한 무슬림의 분노를 겨냥한 듯, ‘건드릴 수 없는’이라는 제목으로 무함마드가 “조롱하면 안돼!”라고 발끈하는 만평을 실었다. 또 ‘이슬람 세계를 흥분하게 만든 영화’라는 만평에선 엉덩이를 드러낸 무함마드가 ‘내 엉덩이는? 내 엉덩이도 좋아해?’라고 말하기도 한다.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것을 ‘신성모독’ 행위로 간주하는 이슬람교에서 분노가 들끓은 건 당연한 결과였다. 이 때문에 아랍국가의 프랑스 관련 시설은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고, 약 20개 국에 있는 프랑스 학교들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문을 닫기도 했다.

샤를리 엡도를 겨낭한 이번 테러에 전세계에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분명 ‘테러’라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는 행위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이슬람권을 자극해 벌어진 유혈 사태가 되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때로는 사건과 무관한 이들이 생명을 잃는 상황에 무력감과 회의감을 표시하고 있다. 아울러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특정 종교에 대한 조롱을 무조건적으로 용인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도 던져진 상황이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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