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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혜미의 무비 for U] 수많은 ‘장그래’를 향한 새해 편지, ‘내일을 위한 시간’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이 개봉일을 새해 첫 날로 잡은 건 묘수입니다. 드라마 속 ‘장그래’를 보며 울고 웃었던 수많은 ‘미생’(未生)들에게 새해를 함께 하기에 이만한 영화가 없습니다. 하루 아침에 실직 위기에 놓인 주인공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보기 드문 청년’ 장그래가 빌딩숲에서 살아남으려 애쓰는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복직을 앞둔 주말,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 분)는 날벼락같은 실직 통보를 받습니다. 공장 사장이 직원들을 상대로 ‘산드라의 복직’과 ‘보너스 1000유로’를 두고 투표를 벌였는데, 보너스를 택한 직원이 더 많았던 것입니다. 투표 과정에서의 부당한 압력 때문에, 불행 중 다행으로 월요일 재투표가 성사됐습니다. 주말동안 동료들에게 ‘보너스를 포기해달라’고 설득해야 하는 산드라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집을 나섭니다.

동료의 복직을 위해 보너스를 포기하는 것,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집을 수리하기 위해, 또 누군가는 이혼 후 홀로서기를 하기 위해 보너스가 꼭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산드라는 점점 작아집니다. 그 와중에 한 동료는 ‘보너스를 선택해서 미안하다’고 울먹이고, 또 다른 동료는 산드라의 손을 맞잡고 ‘네 부탁을 거절한 뒤 마음이 무거웠다’고 토로합니다. 한 계약직 동료는 산드라의 손을 들었다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용기를 내 그녀를 지지하겠다고 약속합니다.

동료들과의 만남이 거듭될 수록 산드라의 표정도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구걸하는 듯한 자신의 처지에 비참함을 느끼지만, 그 얼굴에 차츰 미소가 번져갑니다. 자신에게 표를 주지 못하는 이들도 진심으로 마음 아파한다는 것을 느끼면서, 그들마저 따뜻하게 안아줄 여유가 생긴 것입니다. 아마 그녀가 동료들을 하나하나 만나지 못했다면, 보너스를 택한 이들을 원망하며 지냈을 지 모릅니다. 

결말부에선 산드라가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양심이 조금 부끄러운 쪽을 선택하면,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상황과 마주합니다. 그토록 바라던 복직을 위해 눈을 딱 감을 수도 있지만, 그녀는 동료애를 보여준 이들을 떠올리며 도덕적인 결정을 내립니다. 장그래가 ‘우리’ 속에서 완생(完生)을 향해 한 뼘 성장한 것처럼, 산드라 역시 투표 결과에 관계 없이 ‘우리’의 따뜻함을 느끼며 공장을 빠져나갑니다. 그 뒷모습은 ‘안녕’이라는 말보다 ‘내일 봅시다’라는 말이 더 어울려 보입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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