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간경변증ㆍ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C형간염이 유독 부산ㆍ전남 등에서 다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7∼2011년 분석 자료에 따르면 부산은 전국 시ㆍ도에서 C형간염 유병률이 최고(전국 평균의 1.76배). 다음은 전남(전국 평균의 1.48배)ㆍ경남(1.31배)ㆍ제주(1.2배)ㆍ서울(1.13배) 순서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정숙향 교수팀이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ㆍ호남 주민들이 C형간염 위험요인들을 얼마나 소지하고 있는지를 조사한 뒤 이를 수도권(서울ㆍ부천) 환자들과 비교해 본 결과, 부산에서 C형간염이 유독 많은 것은 맹장수술 등 피부를 뚫는 외과적 수술 건수ㆍ침 시술 횟수ㆍ성형수술ㆍ다수의 성(性) 파트너 등 C형간염의 위험요인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한 것과 관련있어 보인다”며 “전남에선 C형간염의 위험요인은 오히려 수도권보다 적었지만 C형간염 환자의 평균 나이가 상대적으로 높고 간암 환자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분당서울대병원ㆍ순천향대 부천병원ㆍ부산백병원ㆍ전남대병원ㆍ전북대병원 등 5개 대학병원에 등록(2010년6월∼2014년9월)된 C형간염 환자 9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로 대한간학회가 발간하는 영문 학술지인 ‘Clinical and Molecular Hepatology(임상 분자 간학)’ 최근호에 발표됐다.
우리나라 성인의 C형간염 유병률은 1% 미만(2009년 전국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29만 명 중 0.78%). 나이가 들면서 C형간염 유병률이 높아져 60세 이상에선 1.5%를 상회한다(40세 미만은 0.5% 미만). C형간염은 대개 C형간염바이러스(HCV)에 오염된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감염된다. 간에 염증을 일으키는 데 발병 후 6개월 이상 간염이 지속돼 만성간염으로 발전하는 비율이 75% 이상이다. C형간염 환자의 25%가 매년 간경변증 환자가 되고 그 중 1~4%는 간암 환자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C형간염 감염의 위험요인으론 정맥주사 약물남용, 주사바늘 찔림, 문신, 피어싱, 이발관에서의 비위생적인 면도, 혈액에서 C형간염 검사를 하지 않던 과거(1995년 이전) 헌혈 혈액의 수혈, 투석, 복잡한 성관계, 혈액 투석, 침습적인 수술, 침술 횟수, 치과 치료 등이 꼽힌다.
정 교수팀에 따르면 부산의 C형간염 환자는 수도권의 C형간염 환자에 비해 외과 수술(부산 13.4% 대 수도권 1.6%), 5회 이상 침 치료를 받은 경험(73.8% 대 58.3%), 정맥 주사약 사용(11.8% 대 5.6%), 성형수술 경험(60.2% 대 21.2%), 성 파트너 3명 이상(42.8% 대 18.2%) 등 C형간염 위험요인을 상대적으로 많이 지니고 있었다.
반면 호남의 C형간염 환자들은 오히려 수도권 C형간염 환자보다 위험요인이 적었다. C형간염의 위험요인 중 하나인 문신을 한 환자의 비율은 27.3%로, 부산(42.6%)ㆍ수도권(44.7%)보다 훨씬 낮았고 피어싱(piercing)을 한 환자의 비율도 호남(21.8%)이 부산(40.1%)ㆍ수도권(48.1%)에 비해 적었다.
정 교수는 “부산 환자들이 C형간염의 위험요인을 상대적으로 많이 가진 것으로 드러난 만큼 위험요인을 최대한 피하도록 홍보하는 등 예방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전남에선 환자의 연령대가 더 높으므로 환자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처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