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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을이 행복한 사회’…전문가 조언 들어보니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연말을 떠들썩하게 만든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갑(甲)질’이 대중의 뇌리에서 잊히지기도 전에 또 다른 갑질 논란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뜨겁게 일고 있다. 이른바 ‘백화점 모녀 갑질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잊을만 하면 불거지는 갑질 논란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선 무엇보다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세상엔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乙)’도 없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1등과 2등을 구분짓는 성과 중심 사회에서 벗어날 필요성을 역설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6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모든 사람은 상황에 따라서 갑도 될 수 있고 을도 될 수 있다”면서 “문제는 타인의 갑질에 대해선 분노를 금치 못하면서 자신이 하는 건 갑질인줄도 모르는 모순적인 태도에 있다”고 꼬집었다. 갑을 문제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역지사지 결여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에서 그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갑을 문제의 기본적인 출발점은 상대에 대한 예의와 존중의 결핍이지만, 우리 사회 제도가 을을 소유물로 이해하게 만드는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임 교수는 “약자에겐 엄격하고 강자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관대한 법의 잣대가 소위 말하는 ‘갑’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지닌 권력이나 지위를 과도하게 해석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갑들의 횡포가 사라지고 ‘을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역지사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 원장은 “요즘 사람들은 상호간에 권리와 의무를 지닌 계약관계를 평등한 관계가 아니라 일방적인 주종관계로 보는 경향이 짙다”면서 “갑을관계가 복잡한 그물망처럼 얽혀있는 우리 사회에서 이같은 태도는 끊임없는 갑질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원장은 “역지사지의 자세를 통해 우리 사회에 갑을 관계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할 수 있도록 각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임 교수는 역지사지 외에도 “1등만 기억하는 업적 중심의 사회,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회가 자칫 ‘갑’들로 하여금 2등, 혹은 상대적 약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또 “부와 권력으로 타인의 인격마저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 특권층의 사고방식은 봉건적이며 민주의식이 부족한 것”이라며 “민주의식 함양과 더불어 학교 ‘인성교육’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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