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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교국가 미얀마, ‘헤드폰 쓴 석가모니 그림 용납할 수 없다’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헤드폰 쓴 석가모니, 불교 모독하는 것.’

미얀마 양곤에서 서구식 바를 운영하는 이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헤드폰을 착용한 석가모니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올렸다가 현지 사법당국으로부터 체포됐다. 가게 홍보를 위해 이같은 그림을 올린 것이지만 불교를 신성시하는 미얀마에선 큰 논란거리가 됐다.

[사진=NBC방송]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사이키델릭’(psychedelic)한 헤드폰을 쓴 석가모니의 그림을 올린 이는 뉴질랜드 출신의 필립 블랙우드(32)로 그는 ‘종교를 모독’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10일 경찰에 체포됐다.

블랙우드는 즉각 그림을 삭제하고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는 성명을 게재했으나 해당 점포인 V개스트로바 주인 툰 투레인(40), 동료 흐툿 코코 르윈(26)과 함께 체포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이 점포는 문을 연지 2주 만에 문을 닫았다.

블랙우드는 아웅산 수치 여사가 수감되기도 했던 인세인 감옥에서 투옥중이며, 징역 4년형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NBC는 전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와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사건에 대한 당국의 조치를 강력히 비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V개스트로바의 게시물에 “이는 불교와 전 세계 5억 명 불교신자, 미얀마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 된 탓에 블랙우드는 자신을 변호할 마땅한 변호사조차 찾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불교 민족주의 단체인 969 지지자들이 세 사람이 재판을 받는 법정 밖에 모여 시위 진압경찰들이 출동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는 강력한 불교국가로 강경파 민족주의 승려들의 정치적ㆍ사법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는 종교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했으며 지난 2012년 서부 라카인주에서는 소수 무슬림 민족인 로힝야족과 불교신자들의 충돌로 로힝야족 24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수십만 명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매튜 월튼 옥스포드 세인트 안토니 컬리지 현대 버마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미얀마 불교신자들이 반응하는 것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상당수가 이를 과잉반응이라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NBC에 따르면 이번 블랙우드 사건은 미얀마에서 서방 국적자가 종교적으로 민감한 행위로 인해 법적 처벌을 받게 된 첫 번째 사건이다. 블랙우드는 행위에 악의는 없었다며 무고함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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