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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은 소설? 보고서?…닮은 듯 다른 예술남녀
국내 3大 갤러리 추천 올해 주목할 한국작가들 - 미디어 아티스트 문경원·전준호
닮은 점
우리 문화재 소재 영상 작품등
다양한 프로젝트 공동작업
작품마다 예술적 완성에 올인
톱배우들 노개런티로 참여도


다른 점
문경원 작가는 사물에 대해
감정을 배제한 시선 견지
전준호 작가는 통속적이면서
감성이 가득한 작업 즐겨



2015년 을미년 한국 미술계에 역동적인 에너지를 가져 올 작가들은 누가 있을까.

국내 3대 갤러리(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학고재갤러리)의 대표들에게 올해 한국을 빛낼 현대미술 작가들을 물었다. 이현숙 국제갤러리 대표는 단색화 1세대 작가인 하종현(79)을, 조정열 갤러리현대 대표는 미디어아트 협업 작가인 문경원(45)과 전준호(45)를,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는 파독 간호사 출신 화가 송현숙(63)을 각각 추천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문경원, 전준호는 올해 5월 9일부터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관 대표작가로 선정된 인물들이다. 현재 비엔날레에 출품할 영상 작업과 개인전 준비 등으로 여념이 없는 두 사람을 종로구 통의동 공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편집자주>

2009년부터 공동 작업을 하고 있는 전준호(왼쪽), 문경원 작가는 올해 베니스비엔날레를 비롯해 다양한 개인전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문경원, 전준호는 2009년부터 공동 작업을 해오고 있다. 듀오 아티스트의 경우 연인 혹은 부부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들은 그저 ‘예술적 동료’일 뿐이다. 각자의 배우자가 따로 있고 자녀도 각각 둘씩 두고 있다. 2007년 타이페이의 전시에서 처음 만나 모스크바, 이스탄불 등의 단체전에 몇 차례 함께 참여했던 것을 계기로 2009년부터 공동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을 꾸밀 이들 작가들의 프로젝트는 영상작업이 될 것이라는 것 외엔 아직 ‘극비’사항이다. 40여명의 스태프들과 함께 1월부터 촬영에 돌입한다.

두 작가는 올해 비엔날레 외에도 개인전 프로젝트를 동시에 선보인다. 문경원 작가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일본 야마구치 미디어 아트센터(YCAM)에서 ‘프로미스 파크(Promise park)’라는 타이틀로 리서치 베이스의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2012년 카셀도큐멘타에서 처음 선보였던 월드 프로젝트 ‘뉴스 프롬 노웨어(News from Nowhere)’의 스위스 버전은 올해 8월 24일부터 취리히 미그로스 현대미술관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선보일 우리 문화재를 소재로 한 영상 작품도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의뢰를 받은 상태다.

▶끊임없이 매체(Media)를 탐구하다=두 사람은 비디오아티스트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매체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하나의 카테고리에 묶여있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컴퓨터프로그래밍, 페인팅, 조각 등 재료나 매체에 대한 스펙트럼을 끊임없이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리서치를 통한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학자들과도 협업을 진행합니다.”(문경원ㆍ이하 문)

현재 문경원 작가가 일본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도시 난개발로 인해 버려진 지역에 공원을 지은 후, 그 공원이 어떠한 형태로 변화해 나가는지, 그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를 연구하는 가상 공원 비디오 프로젝트다. 쓰나미 이후 폐허가 된 지역에서 내면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일종의 학자적 탐구활동이다. 
뉴스프롬노웨어

전준호 작가는 문경원을 “인문학자이자 탐구자”라고 평가했다.

“자신의 작업에 대해 반드시 당위성이 있어야만 하는 작가입니다. 특히 사회공헌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 위주의 대의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죠. 그 결과물은 탄탄하고 허점없고, 매우 성찰적(Thoughtful)입니다.”(전준호ㆍ이하 전)

“전준호 작가는 예술적 철학과 작업에 대한 이유가 굉장히 뚜렷합니다. 대개 작가들이 자기 작업에 대해 애매모호한 설명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은데, 전 작가는 어떻게 저렇게 정확하게 자기 작업을 설명할 수 있을까 놀랄 정도예요.”(문)

▶삶이 소설이라고 말하는 남자, 삶은 보고서라고 말하는 여자=서로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는 두 작가지만 이들의 작업 성향은 정 반대다. 문경원은 감정이 배제된 채 객관적이고 건조한 시선을 견지하는 데 반해, 전준호는 통속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작업을 즐겨한다.

“저는 삶이 소설같다고 생각하는데 문경원 작가는 삶이 보고서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전)

그래서 두 작가가 가장 빈번하게 듣는 질문 역시 공동작업을 놓고 충돌하지는 않는가다. 당연히 이들은 싸운다. 그것도 아주 냉정하고 치열하게.

“저희는 서로에 대한 비평을 아주 솔직하게 해 줍니다. 원래 작가들끼리는 서로의 작업에 대해서 얘기를 안 할 뿐더러 예의를 차린 코멘트를 해 주는 게 대부분이죠. 그런데 사실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솔직하고 객관적인 비평을 갈망합니다. 뚱뚱한 사람에게 ‘너 돼지같다’라고 얘기해주면 당장은 부끄럽고 자존심 상하는 것 같지만 저희는 이런 대화를 서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문)
묘향산관

▶“예술가들에게는 사람이 재산이다”=이들의 작업활동이 훌륭한 미술사적 가치를 지녔더라도 일단은 작품을 팔아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터. 회화보다 인기가 덜한 조각, 설치, 영상을 주로 하는 작가들이라 작품 판매가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해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전준호 작가의 작품들은 ‘완판’을 기록했다.

“수지타산으로 보면 우리는 갤러리에 돈 벌어주는 작가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간적인 의리라고 해야할까요. 갤러리 측에서 금전적인 것 생각하지 않고 진심으로 작업을 지원해 준 덕분인 것 같습니다.”(전)

돈보다 사람이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두 작가들의 작업엔 역시 돈보다 작품성을 보고 찾아와주는 배우들이 있다. ‘뉴스프롬노웨어(2012)’에는 이정재와 임수정이, ‘묘향산관(2014)’에는 고수와 한효주가, ‘q0(2014)’에는 소지섭과 정은채가 주연으로 등장했다. 국내 톱배우들이 두 작가의 작품활동에 대한 진정성과 예술적 가치에 의의를 두고 노개런티로 참여한 것이다.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엔 또 어떤 거물급 스타가 이들과 함께 하게 될지 미술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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