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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범한 직장인 승마지도사 되기까지…
[헤럴드경제]승마에 관심이 있지만,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평범한 직장인이 승마를 시작하는 장면부터 승마지도사가 되기까지 모든 내용을 기록한 책이 나와 화제다.

평범한 직장인인 정구현 과장이 2011년 1월부터 승마지도자 시험에 합격하기까지 1000일 이상 말을 탄 기록 ‘1000일간의 승마표류기’는 생생한 현장을 담고 있다. 실제로 승마를 하지 않더라도 내용을 접하면 승마를 배운 사람처럼 말할 수 있다. 승마를 배우기 전 훌륭한 사전 교육서가 될 뿐만 아니라, 허세를 위한 ‘배운 척 매뉴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일기형식으로 승마를 시작하는 단계부터 기록된 이 책은 기본 이론을 딱딱하게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한다. 200여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초보 승마인들의 실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이론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일러스트를 활용한 친절한 설명은 앞에 말 한 필 놓고 있지 않아도 설명을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일기형식의 서술방식은 순간에 대한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예민한 말의 습성을 알아가고 적응하면서 서로 이해하게 되는 순간, 평보, 속보, 구보 등의 기본적인 보법에서 나아가 장애물, 답보변환 등의 고난이도 기술을 구사하게 되는 순간순간을 생생하게 그렸다.


교관들이 현장에서 건내는 재치있는 표현의 인용을 읽는 재미도 있다. “엉덩이 밑에 100억 원의 수표가 깔려 있다는 생각으로 안장에서 절대 떨어지지 말라”와 같은 주옥 같은 조언들이 참 많다. 특히 승마 고수들의 연륜이 묻어나는 노하우들은 부록에 실린 ‘등장 인물 어록’에 집약돼 있다.

다양한 말들을 소개한 부분도 흥미롭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승용마나 유원지에서 운영하는 마차 정도에서 본 말들이 전부인 것이 보통인 독자들에게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책 중간중간 사진과 간단한 프로필을 넣어 ‘필란더’, ‘오노라’, ‘쿠거’ 등 성질이 고약한 말, 다리가 짧은 말, ‘답보변환’을 할 수 있는 좋은 말 등 14마리의 말을 소개한다. 개성 넘치는 사진들은 모두 ‘방송’을 전공한 저자가 직접 촬영한 것이다. 말이 서 있지 않고 앉아 있는 모습, 혀를 내밀고 ‘메롱’을 하고 있는 모습 등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장면들을 많이 소개한다.

말을 마방에 방치해 두고 오랜 시간 함께 운동을 하지 않으면 마리 삐진다. 승마인이 절대 게을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사람과 교감하는 동물을 다루는 운동이어서 말과 숨소리를 공유해야만 즐길 수 있다. 저자는 말과의 교감이 자신을 변화시켰다고 고백한다. 늘 쫓기 듯 성취를 향해 달리고 있던 때에, 말이 준비될 때가지 기다리고, 흥분하면 진정시키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상대를 배려하고 여유를 찾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동물과 오감을 교환하는 스포츠가 궁금하다면, 어떤 매력이 있기에 승마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알고싶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일독하는 것도 좋겠다. 그럼 어느새 승마지도사가 돼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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