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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리안 파이터‘신체의 벽’절감…UFC 한류 활로는?
같은 몸무게·같은 신장이라도
외국선수 보다 리치짧아 불리
결국 실력으로 극복해야 생존



‘코리안 핏불’ 남의철(34)은 70㎏ 라이트급으로 데뷔전을 치른 뒤 65㎏ 페더급으로 내려왔다. 역대 한국 최고 파이터인 77㎏웰터급 김동현(34)은 최근 라이트급 전향을 심각하게 고민했노라고 털어놨다. 한국 최강의 여성 파이터 함서희(28)는 자신의 원 체급인 48㎏ 애텀급이 없는 UFC 무대에 52㎏ 스트로급으로 출전했다가 신장과 힘에서 밀리며 데뷔전에서 고배를 들었다.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대회 UFC에 뛰어든 한류 파이터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여건이 허락하는 하에서 자신의 체격에 맞는 최선의 체급에서 경기를 벌이고 있지만 ‘체격 조건 때문에 손해가 크다’는 아이러니를 절감하고 있다.
UFC를 지배하고 있는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 [사진제공=ZUFFA, LLC]

체급경기는 기본적으로 신장과 체격 차로 인한 핸디캡을 최소화해 기량으로 승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복싱과 레슬링, 태권도 등 대부분의 투기 종목은 체급 제도를 두고 있다. 2000년대 초기 무제한급으로 시작됐던 종합격투기도 2개, 3개, 4개 등 갈수록 체급 수가 늘었다. UFC는 현재 남자 8개 체급, 여자 2개 체급을 운용중이다.

취지대로라면 체급이 많아질수록 더 비슷한 체격의 선수들과 겨룰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류 파이터들 대부분 “상대 선수들의 체격과 리치 때문에 불리하다”며 울상이다. 10㎏ 안팎의 큰 폭 감량을 하는데도 그렇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일까.

천부적 신체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체중이 비슷할지라도 ‘흑인>백인>황인’ 순의 리치 차가 엄존한다. 일본인 파이터들과 싸울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그런 ‘신체의 벽’이 미대륙 비 아시안 파이터들을 상대로 싸우면서는 두드러지게 절감되고 있다.

팔다리가 길수록 상대를 타격하는 데 유리한 건 상식이다. 실은 레슬링, 주짓수 등 그래플링 종목 또한 그렇다. 타격과 그래플링이 합쳐진 종합격투기에서도 마찬가지다.

격투기 전문가 김기태 무진 편집장은 “1㎜ 차로 동시에 펀치를 날린 선수 중 한 명은 KO를 당하는 게 격투기”라며 “기술과 힘, 운영능력 등 거의 모든 요소를 끌어올린 정상권의 파이터들끼리의 경기에서 이런 선천적 차이는 의외로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의철은 강급한 이유로 “UFC에선 리치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탈아시아급 신체조건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김동현조차 “동체급 선수들의 체격이 너무 커졌다”며 “체격적인 유리함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전 미들급 챔프 안데르손 시우바

최대 투기종목 프로복싱의 사정을 살펴보자. 흑인들이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 길고 빠르고 강하다. 사상 최대 8체급 석권의 주인공 매니 파퀴아오(37ㆍ필리핀)가 동양인이라는 건 위로가 안 된다. 그는 어차피 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변종일 뿐이다.

종합격투기 시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파이트머니가 변변치 않던 시절과 달리 요즘 초일류 파이터들은 부대 수입을 포함해 한 경기 수십억원을 받기도 한다. 이는 체격조건과 자질이 뛰어난 흑인 파이터들이 더 많이 종합격투기 무대에 뛰어들 것을 예고한다.

비단 한국인 파이터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시아 파이터들 모두 정면으로 마주한 딜레마다. 현재 UFC 남자 8개 체급과 여자 2개 체급 파이터 중 각 체급 랭킹 15위 내에 든 파이터는 웰터급 10위 김동현과 밴텀급 6위 미즈가키 타케야, 플라이급 11위 호리구치 쿄지, 여자 스트로급 15위에 턱걸이 한 함서위뿐이다.

UFC 대회사가 지역 쿼터를 안배하지 않으면 복싱 짝이 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 한다. 아울러 아시안 파이터들은 더 많은 ‘체격 깡패‘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해야 한다는 걸 뜻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아시안 파이터, 한류 선수들이 생존할 수 있을까. 정면돌파다. 역시 죽으나 사나 훈련 밖에 없다.

김기태 편집장은 “탑클래스로 올라갈수록 피지컬과 기술적 면을 다 갖춘 올라운더들이 득실하다”며 “올라운더를 지향하면서 기술과 힘을 키우고, 체급 전략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도피하듯 강급만 해서는 답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는 “자신의 최적 체중이 현 체급 체계에서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면 UFC가 더 세분화된 체급을 내놓을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동현과 함서희의 트레이너인 양성훈 부산 팀매드 관장 역시 비슷한 판단이다. “사실 인종간 체격의 유불리는 분명히 있다. 조랑말이 경주용 말과 경주하는 격”이라고 인정한 그는 “그래도 계속 활로를 찾아야 한다. 김동현은 무릎, 발을 활용한 전방위 타격으로, 함서희는 ‘스트렝스(힘)’를 보강해 다음 경기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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