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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함영훈]양(羊)의 해, ‘의기양양 대한민국’의 조건
미생(未生)들의 좌절, 단원고 학생 200여명의 안타까운 죽음, 사슴 더러 말이라고 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 때문에 생긴 답답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2015년 양의 해에 국민들이 마음에 새기고 싶은 말, ‘의기양양’, ‘전도양양’은 새해를 맞기도 전, 교수들이 신년 4자성어를 정하기도 전인 작년말부터 이미 널리 퍼져있었다. 한자로는 각각 意氣揚揚, 前途洋洋이라 쓰는데, 양(羊)띠 해를 맞아 이 발음을 차용한 것일 뿐, 뜻은 다르다. ‘양양’은 용기있고 힘차게 새해를 개척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배어있는 일종의 행동양식, 자기최면이다. ‘의기양양 열풍’ 속에 덩달아 양양군이 말의 해를 떠나 보내고 양의 새해를 맞는, ‘2년에 걸친’ 역대 최대 규모 밤샘 해맞이 행사를 벌이는 풍경도 눈길을 모은다.

지난해 벽두 교수신문 조사에서, 미욱함을 떨치고 깨달음을 여는 ‘전개미오(轉迷開悟)’의 한 해가 되어야 한다고 대다수 교수들은 당부했지만, 결국 그 해 연말 우리 사회는 지록위마의 빗나간 지도층의 관행만을 확인하고 말았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우리 사회의 콘텐츠가 개선되기를 소망하기보다는 짐짓 ‘의기양양’이라는 진취적인 행동양식이라도 장착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은 마음 간절해 보인다.

새해엔 희망을 쏘았지만, 실망으로 연말을 보낸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숱한 국정 잡음이 들릴 때, 교수들은 2007년 4자성어로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으라’는 뜻의 반구저기(反求諸己)를 충고했지만, 그 해는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자기기인(自欺欺人)으로 종결됐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비 갠 뒤의 바람과 달처럼 마음결이 명쾌하고 깨끗한 인품(光風霽月)으로 세상이 운영되기를 기대했지만, 사회주도세력들은 그 해가 끝날 무렵 ‘병을 숨기면서 의사 등 다른 사람의 충고를 듣지 않는다(護疾忌醫:호질기의)’는 지적을 받고 말았다. 또 2011년엔 백성을 귀하게 여기라(民貴君輕:민귀군경)는 충고에도 불구하고, 위정자들은 자신의 귀를 막은채 종을 훔치는 행태(掩耳盜鐘:엄이도종)를 되풀이하면서 한 해를 보냈다.

박근혜 정부의 첫해인 2013년, 시대의 현자들은 많은 기대감을 표하며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낼 것(除舊布新:제구포신)’을 기대했지만, 위정자들은 ‘순리를 거슬러 시대착오적 잘못된 길을 고집했다(倒行逆施:도행역시)’는 연말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올해는 수미일관 의기양양 해보자. 조건이 있다. 급선무는 뭐니뭐니해도 세월호 참사 처럼 도덕적 해이에서 출발한 사회 불안 요소를 제거해 안전을 도모하는 일과 의기소침해진 국민의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는 일이다. 사고 위험성을 없애는 데엔 주변을 돌아보고 발견된 문제점을 즉시 개선하는 세심함과 실천력이 요구된다.

국민 행복을 논하기에 지금 여건은 턱없이 부족하다. 새해에는 큰 욕심 부리지 말자. 산을 산이라고 하고, 물을 물이라고 하는 진솔함을 주고받으면서 그간 누적된 답답함을 조금씩 걷어내면 국민들 사이에 스스로 활기를 찾으려는 본능이 작동할 것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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