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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랑카위의 선셋…다종교와 다인종의 하모니를 리셋하다
지구촌 ‘만남의 광장’ 랑카위
주홍서 보라빛으로 환상적 일몰 연출
변화무쌍 매력에 연인들은 입맞춤

무슬림 여인들 옷입은 채 수영…
히잡 쓴 여성들도 셀카 삼매경에
풍습만 다를 뿐 사람은 다르지 않아



대한민국 최남단 섬 제주가 태평양을 연다면, 말레이시아의 최북단 섬 랑카위는 인도양을 연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이 ‘+3’인 한국,중국,일본 취재진을 말레이시아에 초청해 선보이고 싶었던 곳은 인도양의 동쪽 끝 ‘안다만해의 104개 진주’ 랑카위이다. 제주의 3분의1 크기.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떠난 비행기는 북서쪽으로 50분 가량 날더니, 적갈색(Kawi) 독수리(Helang)의 섬 랑카위 서쪽 국제공항에 착지한다.
인도양의 동쪽 끝‘ 안다만해의 104개 진주’ 랑카위의 명물 일몰. 주황빛이 감돌던 석양은 주홍, 빨강으로 변하면서 환상적인 색감을 연출한다.

여장을 풀자마자 랑카위 명물이라는 일몰을 맞기 위해 말라이항으로 급히 차를 몬다. 선착장을 출발한 스타크루즈 ‘제티’의 승무원들은 랑카위 섬 북서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맥주를 권하고, 말을 건다. 태국에서 온 손님, 인도네시아에서 온 흰색 무슬림 옷차림의 일가족 모두 승무원들의 ‘인연 맺어주기’ 노력에 호응하면서 금새 친해진다. 배에서 대형 그물을 내려 임시 수영장 ‘자쿠지’를 만들자 청년 서너명이 먼저 입수하고 수영복을 준비하지 않은 스물두살 아가씨도 어느새 친해진 다른 나라 손님들과 합류해 물놀이를 즐긴다. 배가 빠르게 달리니, 누우면 ‘수상 등(背) 스키’이다. 랑카위 북서쪽에 있는 태국 타루타오섬이 가깝다는 안내가 들릴 무렵 주황빛이 감돌던 석양은 주홍, 빨강으로 변하면서 환상적인 색감을 연출한다. 청년들이 뱃머리에 서서 셀카를 찍고, 연인들의 입맞춤이 이어진다. 문득 1980년 팝송 ‘썬 오브 자메이카’, 영화 ‘맘마미아’ 젊은 주인공들의 산토리니 바다 애정행각 영상이 떠오른다. 어느새 석양은 자주빛에서 보랏빛으로 변하면서 남국의 변화무쌍한 매력을 발산한다.
각국의 여행객들은 5억년전 생물‘ 삼엽충’의 화석과 흡사하게 생긴 물고기를 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킬림 생태공원(Kilim Geoforest Park)은 5억년 역사의 원시 랑카위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징표이다. 뿌리로 호흡하다 보니 뿌리를 물 위로 내놓는 맹그로브(Manggrove) 숲은 줄기ㆍ뿌리ㆍ가지가 뒤엉키는 열대우림의 생성원리를 말해준다. 연두빛 잎은 한국의 철쭉을 닮았다. 가지 같은 뿌리가 강물과 육지를 연결하며 빼곡히 도열한 가운데, 어쩌다 맹그로브 대열이 끊기는 지점엔 새싹이 우후죽순 모양으로 솟아나고 뻘이 형성된 지점엔 수륙양생 동물들의 움직임이 이채롭다. 물고기 한 마리가 강변으로 조심스레 머리를 내밀더니 갑자기 숏다리를 한껏 뻗어 기어간다. 이 랑카위 망둥어는 붉은 물체를 향해 3m가량 상륙하다가 한 구덩이를 들여다 본다. 갑자기 어린이 손바닥 만한 붉은게가 나오더니 “넌 뭔데 우리집 기웃거리냐”는 눈빛으로 노려보면서 앞발로 가볍게 잽을 날리자, 망둥어는 수영때 최고 속도 이상의 잰걸음으로 도망간다.

사람이 자연을 위협하지 않았기에, ‘내셔널지오그래피’에서나 볼만한 풍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고, 인기척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연을 호흡하고 있었다. 이 섬의 마스코트 독수리는 물속으로 들어갔다 3초 이상의 잠영으로 먹이를 사냥하는 수영실력도 보인다. ‘간이역’을 겸하는 휴게소에는 ‘어류 자쿠지’도 있었는데, 각국의 여행객들은 5억년전 생물 ‘삼엽충’의 화석과 흡사하게 생긴 물고기를 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간간히 들르는 작은 해수욕장에서는 몸을 드러내지 않는 무슬림 여인들이 옷을 입은 채 수영을 즐기는 모습, 히잡 쓴 20대 여성들이 셀카봉 아래에서 깔깔거리며 발레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는 풍경이 보인다. ‘풍습만 조금 다를 뿐 사람은 다르지 않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한다.

킬림공원 석회암 계열의 콘크리트 덩어리 같은 석질은 우리나라 진안 마이산을 닮았다. 정글과 바위사이에 놓여진 동물들의 휴식터에는 자식 원숭이가 아비의 등을 긁어주고 해충을 잡아주는 모습이 눈에 띈다. 사람보다 나은 원숭이의 효성이다.

선상 가이드 싸이풀(Syaiful)은 재치가 넘쳤다. “사진 찍느라 왔다갔다 하다가 균형을 잃으면 호텔로 못가고 물 속에서 주무셔야 할 것”이라는 너스레로 유의사항을 전달하더니. 라임스톤 바위산에 새겨진 헐리우드식 대형 알파벳 공원 표석을 가르키며 “웰컴투 헐리우드, 웰컴투 쥬라식 파크!”라면서 예능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 취재기자 2명에게는 이름보다는 “헤이, 강남스타일!”이라고 불렀다. CD통을 뒤적이던 싸이풀은 “내 이름과 비슷해서 좋다”면서 싸이의 이 세계적인 노래를 반복해서 틀었다. 말레이시아내 한류 열풍은 최근 관광공사 쿠알라룸푸르 지사가 주관한 한국문화관광대전 때 현지 팬들이 발디딜 틈이 없었을 정도로 몰린 예에서 입증하듯 상상을 초월한다.

랑카위는 지구촌 ‘에코 놀이터’이자 ‘만남의 광장’이다. 수단에서 온 하이더(Haider)와 사마이뎅(Samadian)은 엔지니어이다. 그들은 안식년을 맞아 말레이시아 장기 여행을 왔다. 물장구를 치기, 바닷물 속에서 물건 찾기 등을 하면서 자기네 바로 옆에서 ‘꺄르르’ 거리는 무슬림 아이들처럼 놀았다. 인도 출신 비스와짓(Biswajit)은 싱가포르 IT회사에 근무한다. 금요일 휴가를 내 주말을 끼고 랑카위에 놀러왔다고 한다. 보트 동승자였던 홍콩의 한 교수님은 저녁식사때 다시 우연히 같은 식당에서 만나 더 큰 반가움을 나누기도 했다.

랑카위 서쪽 맛칭찬(Mat Cincang) 생태공원은 동북아 느낌이 강하게 풍기는 마을, ‘오리엔탈 빌리지’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로 올라간다. 왕복 1.9㎞. 이라크에서 온 아드난씨 일행 4명과 동승한 한국 기자들은 한 평 남짓한 6인승 케이블카 안에서 축구 얘기로만 급히 친해져 어깨동무하면서 셀카을 연발했다. 열대우림의 전형을 내려다보면서 1㎞ 거리의 꼭대기로 올라가면 안다만(Andaman)해와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랑카위 군도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다양분팅(Dayang Bunting)섬은 생산과 희망의 상징이다. 아이를 가진 여자가 누워있는 형상이라서 임산부의 섬이라고도 한다. 섬 안에 형성된 라군(석호)은 영화 ‘블루라군’에서 블룩쉴즈가 임신했던 자메이카 석호 지대를 닮았다. 이곳 물에 몸을 담그면 불임이 해소된다는 옛 얘기가 있었다고 한다. 바지선 형태로 목판 쉼터를 만들어 수백명이 탁족에서 수영, 오리배놀이까지 유원지처럼 놀 수 있다.

한국인, 중국인, 유럽인, 무슬림의 공존과 우정은 랑카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말레이시아는 모든 종교, 모든 인종의 공존, 인천 아시안게임 슬로건( ‘Diversity shine here!’) 같은 다양성의 존중과 화합을 중요한 발전동력으로 삼고 있다. 랑카위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서너시간만에 친해지고, 힌두와 무슬림에 대한 숱한 선입견을 지울 수 있었던 것은 말레이시아의 다양성 존중 철학이 한국 취재진들에게도 스며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ASEAN 초청 주요국 팸투어 마지막 일정이던 랑카위엔 중국, 일본이 떠난 자리에 한국 기자들만이 취재 동선을 사수하며 우정을 전했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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