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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나이듦에 대하여
오래전 지금은 고인이 된 이경성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살고 있는 평창동 노인간호센터를 찾은 적이 있다. 정갈하고 쾌적한 노인치매요양시설로 치매노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80대 중반이었던 이 관장은 딱히 질환이 있어서 그곳에 머문 건 아니었다. 그는 혼자 쓰는 작은 방에서 글을 쓰고 여전히 열정적으로 그림작업을 하고 있었다. 혈육이 외국에 나가 있어 생활에 필요한 소소한 도움과 만약의 경우도 대비할 겸 머물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곳에서 유일하게 성한 사람이었던 그가 센터 이곳 저곳을 돌며 환자들을 소개해 줬다. “새벽 2, 3시가 되면 위층에서 내지르는 악소리가 들려, 곡조처럼 아름답게 들리지.” 전직 외교관이었던 이가 치매에 걸려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아름다운 고성을 질러댄다고 했다. 작은 가방을 옆에 끼고 하루에 수십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94세 할머니도 있다. 93세 할아버지는 자신이 화초에 물을 주기 위해 취직했다고 생각한다. 이 전 관장은 의식이 성치 않은 그들을 그네들 입장에서는 행복한 거라 말했다. 그의 방에는 그림이 여기저기 쌓여있었다. 그는 당시 3년후 회고전을 열거라 했다. 나이듦과 행복을 주제로 한 강연과 책으로 유명한 독일의 철학자 빌헬름 슈미트는 최근 펴낸 책 ‘나이든다는 것과 늙어간다는 것’에서 노화의 기술을 소개한다. 노화와 싸우는게 아니라 친해지는 기술이다. 그는 노년의 매력으로 살면서 체념했던 걸 해볼 수 있는 시기임을 강조한다. 흥분시키는 일,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절망할 일은 아니다. 그 어떤 즐거움도 동경하지 않는 것 또한 즐거움일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아이나 어른이나 나이 한 살 더 먹는 걸 싫어하는 시대이지만 나이가 주는 특권도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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