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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세시장 비수기도 없었다”
현장에서 본 2014년 부동산 <4>전·월세시장
저금리 탓에 앞다퉈 월세전환
전세 품귀 속 월세만 넘쳐나
전세가율 70% ‘깡통 전세’ 속출
정부대책 엇박자 약발 역부족



“내년에 전세대란 온다는데 비수기라고 해서 가격이 떨어지겠어요? 내년 봄 이사철 되기 전에 전세를 미리 잡아두는 게 나으실 걸요.”(서울 마포구 한 중개업소 대표)

올해도 서울 전세난을 주도했던 마포구 일대는 요즘 새 아파트 입주가 잇따르는데 전셋값은 고공행진중이다. 집주인들이 내년엔 전셋값이 더 오를 거란 기대로 가격을 비싸게 부르고 있어서다. 올해 입주 폭탄을 맞은 다른 지역들도 잠시 전셋값이 내리는 듯 했다가 빠르게 회복됐다. 

저금리 탓에 집주인들은 앞다퉈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집 살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전세로 몰려 전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여기에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전세난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올 들어 지난 22일 기준 4.2% 올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상승률 7.24%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0년째 상승세다. 지역별로는 대구 6.58%, 인천 6.13%, 경기 5.43%, 충남 4.86%, 서울 4.58%, 충북 4.49%, 경북 4.44% 등이 평균을 웃돌았다.

전세금이 치솟으면서 지난달말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69.6%에 달해 ‘깡통 전세’의 위험도 커졌다. 매매가와 전셋값이 엇비슷한 단지도 수두룩하다. 이달초 알프렌파트너스에 따르면 서울 시내 전세가율이 90% 이상인 아파트 단지는 32곳에 달했다. 서초구 방배동 ‘한신트리플’ 전용 28㎡의 전세가율이 96.8%로 가장 높았다. 이어 동대문구 장안동 ‘형인허브빌3차’ 82㎡가 96.7%, 강동구 암사동 ‘동원’ 72㎡가 96.5%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 예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전세난을 더욱 압박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 누계 기준 전국 월세 거래량은 55만3639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7% 증가했다. 전국 임대차시장에서 월세 계약 비중은 11월 누계로 41.0%를 나타내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높아졌다. 서울도 월세 비중이 40.1%로, 전년 동기 대비 1.8%p 올라 40%를 첫 돌파했다. 공식 집계되지 않는 보증부 월세(반전세)를 포함하면, 월세는 전체 임대차 거래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월세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하지만 수요 대비 공급이 넘쳐나면서 월셋값은 하락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전국 8개 시ㆍ도의 주택 월세 시세는 전달보다 0.1% 하락, 2개월째 내리막이다. 월세 시세는 지난해 4월부터 계속 하락세를 띠다가 올 9월 보합으로 돌아섰으나 10월부터 다시 밀렸다.

올 들어 정부는 네번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고, 여기엔 매매를 활성화해 전셋값을 잡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시장과의 엇박자로 전세난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특히 ‘10ㆍ30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은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자금 지원에 초점을 맞춰 전셋값 안정화엔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내년엔 서울 강남 재건축 이주수요가 본격화하고, 입주물량이 줄어 전세시장이 더욱 불안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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