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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최정호]허울뿐인 ‘세계 최초’
우리나라가 또 하나의 ‘세계 최초’ 역사를 만들었다. 3밴드 CA 광대역 LTE-A다. 고화질 영화 1편을 다운받는데 약 19초, 들을만한 음질의 MP3 음악 파일 10개를 1초만에 동시에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300Mbps의 속도를 자랑하는 무선 인터넷 기술이다. 집 인터넷보다 휴대폰 인터넷이 더 빠른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당분간 ‘그림의 떡’이다. KT는 광화문 전시장에 체험용 단말기 몇 대만을 갖춰놨을 뿐이다. ‘최초로 상용화’ 했다는 SK텔레콤도 유료 이용을 원하는 소비자 모두가 아닌 100여명의 평가단에게 제한적으로 서비스를 할 뿐이다. LG유플러스는 아예 다음달 초로 예고했다. 당분간은 가입자 없는 ‘서비스’만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미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 3사에게 ‘세계 최초’는 자존심과 같다. 국내 통신사간 서비스 품질 차이는 사실상 없다. 심지어 가격도 비슷하다. 같은 품질과 가격으로 가입자 빼앗기 경쟁에 나서야 하는 이통 3사에게 ‘세계 최초’ 타이틀은 놓칠 수 없는 소재다.

문제는 ‘빠른 세계 최초’ 서비스를 따라잡지 못하는 스마트폰이다. 3밴드 CA 광대역 LTE-A 기술은 사실 올해 중반부터 가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단말기 기술은 아직도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자체 반도체 기술로 만든 칩과 통신 모뎀으로 몇 대 만들었지만, 이마저도 ‘테스트용 폰’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가격도 기존 노트4 대비 4만원 정도가 올라갔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광대역 LTE-A와 3밴드 LTE-A의 속도 차이를 체감하는 소비자가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기존 서비스 품질 향상이나, 가격 인하 경쟁이 소비자에게는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새해 초 ‘마케팅’에서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한 이통 3사의 소모적인 경쟁보다는, 실질적인 혜택 강화가 더 아쉬운 게 소비자들의 마음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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