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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 언더독”…몸 낮추고 독기품은 슈틸리케號
FIFA랭킹 69위·아시아에선 3위
만년 우승후보 0순위 자만심 버려
도전자 입장, 선수들 부담은 덜어줘

슈틸리케 감독, 심신 기본기 강조
6일까지 호주 시드니서 담금질




2015 호주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슈틸리케호 남자 국가대표팀이 55년만의 숙원인 우승에 도전한다. 만년 우승후보 0순위라는 자만심은 2014 브라질월드컵 16강 광속 탈락이란 타의적 충격요법을 통해 털어냈다. 언더독(underdog)의 처지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오히려 도전다운 도전이 될 전망이다.

슈틸리케호는 28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호주 시드니에 도착해 숙소로 삼은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손흥민(레버쿠젠), 구자철, 박주호(이상 마인츠), 차두리(FC서울), 남태희(레퀴야) 등 국내외 선수 21명이 슈틸리케 감독과 동행했다.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볼턴)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경기 일정을 소화하고 나서 따로 캠프에 합류할 계획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A조에 편성돼 캔버라에서 10일 오만전을 시작으로, 13일 쿠웨이트전까지 치른 뒤 브리즈번으로 이동해 17일 호주와 맞붙는다.

▶“한국은 4강 전력”…아시아 3위의 현실=한국은 한 조에 속한 홈그라운드의 우승후보 호주보다 낫다고 할 수 없는 전력이다. 쿠웨이트도 확실히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상황인 만큼 우선 조별리그 통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시아 강호와는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한국은 1956년 초대 아시안컵과 1960년 대회를 연거푸 우승했지만 이후엔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번번이 4강 문턱에서 좌절했다. 55년동안 우승 못 했던 것은 실력의 문제이지 불운의 탓으로 돌릴 수가 없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개최국인 호주 언론은 한국의 성적을 4위로 예상했다. 준결승까지는 무난하지만 4년 전처럼 일본에 패해 우승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예상은 축구를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승패를 예상하는 사이트마다 대동소이하다. 한국의 우승 확률은 일본과 이란, 호주를 밑돌고 있다.

전력 평가의 한 척도인 국제축구연맹(FIFA) 링킹에서 한국은 69위다. 이번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팀중 이란은 51위, 일본은 54위다. 한국은 아시아 3위다. 따라서 해외 언론의 예상처럼 이번 대회 4강에만 들어도 그럭저럭 준수한 성적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슈틸리케호는 이런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로 출국 직전 그는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아시아 3위다. 한국보다 1~2위 국가가 더 후한 점수를 받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표팀의 핵심 공격수인 손흥민도 호주 출국을 앞두고 “냉정하게 판단해 아시안컵 우승을 보장할 수 없다. 한국이 아시아 1위가 아닌 것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자철 역시 “아시안컵은 누가 강하고 약한지, 강팀 사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할 수 없는 무대”라고 진단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와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을 이유로 ‘그래도 아시아의 맹주인데…’와 같은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면 언제까지고 아시안컵을 손에 쥘 수 없다. 이런 공감대가 국민들뿐 아니라 선수들 사이에서도 형성돼 있다. 사실 몸을 직접 부딪치며 선배들보다 자신들이 못 하다는 걸 일찌감치 깨우친 선수들보다 국민들의 현실 인식이 좀 늦게 이뤄진 셈이다.

이런 분위기가 오히려 호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호재가 되고 있다. 왕의 귀환과 같은 슬로건에 오히려 부담을 가지던 것과 달리 현재 위치인 아시아 3위로서 도전자를 자처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아 3위란 지표가 오히려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며 “단 한 명도 상대에 겁을 먹은 선수가 없는 만큼 이번 대회를 통해 순위를 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심신 기본기 강화로 주도적 공격축구 추구=슈틸리케호는 다음 달인 2015년 1월 4일 시드니 퍼텍 경기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을 치르고서 오만과의 1차전에서 구사할 전술, 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오는 6일 시드니 캠프의 일정을 모두 끝내고 캔버라로 이동한다.

그전까지 태극전사들은 시드니의 매쿼리 대학 스포트 필드를 훈련장으로 삼아 담금질을 계속할 예정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게 당면 과제라고 밝혔다. 현재 선수단에는 리그를 마치고 몇 주 동안 휴식한 선수, 지난주말까지 경기를 치른 선수들이 섞여 있다. 고강도의 체력, 전술 훈련을 소화하려면 컨디션을 균일하게 끌어올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 상황이다.

슈틸리케호는 시드니 도착 이틀째인 29일에도 전날에 이어 피로를 푸는 훈련과 전체 전열의 간격을 유지하는 훈련을 겸하며 컨디션 조율에 들어갔다. 슈틸리케 감독은 “일단 몸 상태부터 지켜볼 것”이라며 “무엇보다 선수들의 감각을 균일하게 맞추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올 9월 부임해 만 3개월째를 맞은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역시 심신의 기본 역량 부족을 꼽고 있다. 스트라이커의 부재, 골 결정력 부족, 수비 조직력 난조 등 구체적일 문제를 지적하기 앞서 이런 현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더 본질적인 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축구에 대한 생각, 접근법, 경기에 임하는 태도를 뜯어고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누구를 원톱 공격수로 쓰느냐, 득점을 어떻게 이루느냐 등의 전술적 문제를 논하기 전에 반드시 미리 해결해야 할 원리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볼을 많이 점유하고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의욕적 자세를 선수 개개인에게 주입하는 게 현 시점에서 내가 가장 집중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표팀의 최근 경기인 지난달 요르단, 이란과의 중동 원정 2연전에서 나타난 결과를 상당히 고무적으로 여기고 있었다. 패스, 슈팅, 드리블, 스로인 등 모든 플레이를 집계해 선수들이 얼마나 능동적으로 뛰었는지 보는 지표인 ‘플레이 액션’이 두 경기에서 모두 1000개를 돌파했다고 소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이 브라질 월드컵 본선 때와 보인 모습과 많이 달랐다”며 “선수들의 주도적, 능동적 자세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수치가 승리과 같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한국 축구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나아가고 있다”고 자부했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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