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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양규 기자의 보험캐치]현대해상-하이카다이렉트 통합...대형사위주 온라인차보험시장 재편 급물살
[헤럴드경제=김양규 기자]현대해상이 전액 출자해 설립한 하이카다이렉트가 10년만에 문을 닫는다. 모 회사인 현대해상으로 재흡수되면서 하이카다이렉트란 법인은 보험역사의 한획을 그리며 뒤안길로 사라질 예정이다. 하이카다이렉트가 현대해상에 흡수, 통합키로 하면서 업계내 의견은 분분하다. 이 중에는 만성적자로 인한 사업 철수란 지적도 적지않는 듯 하다.

분명한 것은, 현대해상과 하이카다이렉트의 통합이 주는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6년부터 영업을 본격 개시한 하이카다이렉트는 현대해상이란 브랜드파워에 모기업의 풍부한 자금력과 양질의 인력 지원으로, 출범 초부터 업계에큰 반향을 불러 모았다. 실제로 사업 시작 초기부터 여타 온라인 전업 자동차보험사에 비해 매출이 급성장하면서 영업력의 차이를 확연하게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 현대해상이 하이카다이렉트를 품안으로 다시 안게된 이유는 자동차보험 정책의 실패도 원인이지만, 그 만큼 온라인 차보험 시장 경쟁이 매우 치열해졌다는 걸 방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이카다이렉트의 사업 철수가 온라인 차보험시장 역시 대형손보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해상, 우여곡절 끝 온라인 차보험 시장 진출=하이카다이렉트가 출범하던 2005년 당시 손해보험업계, 특히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설계사와 보험대리점 등 오프라인 조직들의 반발 때문에 온라인 영업에 대한 가치와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적극 나서지 못했다. 기존의 정통 판매채널의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당시 업계 1위와 3위였던 삼성화재와 동부화재는 온라인 차보험시장이 정착돼 있는 영국에 직원들을 파견, 시장조사를 벌이는 등 온라인 차보험 진출을 준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는 온라인 자동차보험 진출 계획은 사실무근이라며 숨겼다. 왜일까. 결론은 기존 설계사 및 대리점 등 기존 판매채널의 반발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현대해상은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로는 처음으로 온라인 차보험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초 사업방식은 현대해상도 명동사옥에 개인전략사업부(?)를 두고 인하우스 방식을 통해 온라인 차보험 시장 진출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1사 2요율(같은 회사 다른 보험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사업계획안 자체를 전면 부정했다. 결국 현대해상은 독립법인으로 하이카다이렉트를 설립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2005년 12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자회사 인가를 받아낸 직 후 바로 그 다음해인 2006년 4월 공식 출범했다.

◆동부 삼성화재 1사2요율로 온라인 차보험 가세 ‘이상기류’=온라인 차보험 시장의 선도주자였던 보험사는 교보자동차보험(현 악사다이렉트)이었다. 의외로 생명보험사인 교보생명이 온라인 차보험 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다. 당시 교보자보는 사업비를 줄임으로서 보험료를 대폭 낮춘 마케팅 전략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교보자보는 파죽지세로 자동차보험 시장내 입지를 강화해 나갔다. 이어 2003년에 교직원공제회가 전액 출자한 교원나라자동차보험(현 더케이손해보험)이 출범하고, LG화재와 포털사이트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합작한 다음다이렉트(현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가 설립되면서 온라인 차보험 시장에 경쟁체제가 본격화됐다.

저렴한 보험료를 내세운 온라인 차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점점 높아지면서 차보험 시장에서 온-오프라인간 대결 구도가 형성되자, 대형 손해보험사들도 온라인 차보험시장 진출 채비에 박차를 가했다. 대형 손보사 중 현대해상이 총대를 메고 하이카다이렉트를 설립해 온라인 차보험 시장에 가세하자, 동부화재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동부화재는 오프라인 조직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홈플러스와 제휴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차보험시장에 간접적으로 진출했다. 이어 삼성화재도 온라인차보험 브랜드인 ‘삼성애니카’를 출범시키면서 온라인 차보험시장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 과정에서 적잖은 마찰도 빚었다. 금융당국은 선도주자였던 현대해상은 1사2요율은 불허한 반면 삼성화재와 동부화재 등 후발주자들은 1사 2요율을 묵인하고, 인하우스 방식의 영업을 허용했다. 자동차보험 정책 중 금융당국의 일관성이 결여된 대표적인 사례로, 현대해상의 시련은 이때부터 예견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해상은 별도 법인으로 출발한 반면 삼성과 동부화재는 인하우스방식을 허용해 준 것 자체가 불공정 경쟁이었다“며 ”현대해상 입장에서는 운영비 부담이 적지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대로 막강한 브랜드 파워와 자금력을 내세운 삼성화재가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덜한 인하우스방식의 온라인 차보험 영업을 개시하면서 시장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더구나 온라인 차보험이 오프라인 대비 강점이 사업비를 줄여 보험료를 낮춘 것이었으나, 삼성화재는 대대적인 광고 집행으로 온-오프라인의 사업비 혼용에 대한 논란도 야기하면서 각종 의혹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삼성화재는 무서운 기세로 약진했다.

◆정보유출 사태로 휘청... 삼성화재엔 호재=대부분의 온라인 차보험은 텔레마케팅(TM)방식을 통해 영업을 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양질의 고객데이터(DB) 확보가 성패를 좌우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차보험 손해율 악화에 자금난을 겪은 온라인 보험사들에게 올해 초 불어닥친 고객정보 유출사태는 치명적이었다. 정부의 TM영업 중단에 따른 혼란은 하이카다이렉트는 물론 동부화재 등 많은 손해보험사들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반면 인터넷을 통한 가입방식을 취해온 삼성화재는 되레 호재로 작용했다. 삼성화재도 온라인 차보험시장 진출 채비를 할 당시 금융당국에 아웃바운드(TM) 방식을 요구했으나, 금융당국은 이를 불허했다. 온라인 차보험시장의 과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 삼성화재는 금융당국에 형평성 운운하며 금융당국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실현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올해 초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사태는 삼성화재 입장에서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악재속에 온라인 차보험을 영위해온 대다수의 손해보험사들은 어려움에 직면한 반면 삼성화재만은 빗겨갔다“며 ”정보유출 사태로 인한 규제 강화로 향후 TM채널은 점차 비중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현대해상도 차보험 손해율 악화로 좀 처럼 경영난은 심화되고, 정보유출사태로 TM영업에 대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향후 영업력이 위축될 것으로 판단하면서 온라인 차보험 사업에 대한 전면 수정이 불가피했을 것이란게 대체적이다.

◆하이카다이렉트 철수...절반의 성공(?)=분명한 것은 현대해상이 온라인 차보험 시장에 독립법인을 설립하면서 적극 뛰어든 1차 목적은 이익증대가 아닌 매출 확보란 점이다.

때문에 현대해상의 하이카다이렉트 설립에 따른 1차 목적은 이룬 셈이다. 이는 하이카다이렉트가 온라인 차보험시장에 진출 할 2005년에는 차보험 손해율이 지금보다는 훨씬 양호한 시기였다. 때문에 손익부문 보다는 매출확대에 중점을 두었다고 볼 수 있다.

하이카다이렉트는 최근 5년간 원수보험료 실적을 살펴보면 3500억원 가량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해상과 하이카다이렉트를 통합할 경우 경쟁사인 동부화재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더욱 크게 벌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확고한 2위자리를 수성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실적악화에도 불구 초대 대표이사인 허정범 사장이 4연임에 성공했다 점과 인력감축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정몽윤 회장의 경영철학과 현대해상의 기업문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실적에 따라 명암이 교차되는데 반해 현대해상의 기업문화를 사람을 소중히 한다는 것이 강점”이라며 “최근 대규모 임원 정리를 한 M사와 대표이사가 자주 변경되는 H사 등과 비교하면 직원들의 애사심과 성장잠재력은 단연 최고일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또한 현대해상이 그 동안 하이카다이렉트와 중복된 시장으로 인해 제한 받았던 영업전략을 적극 전개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향후 두 회사간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두드러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온라인 차보험시장도 대형사 위주로 재편 가속=하이카다이렉드의 철수에 앞서 다음다이렉트의 전신인 에르고다음다이렉트도 프랑스계 보험사인 BNP파리바카디프에 인수된 후 온라인 차보험은 포기하고 종합손해보험사로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온라인 차보험 전업 보험사는 기존 4개사에서 악사다이렉트와 더케이손보 단 2개사만 남게됐다.

알려진 바에 의라면 RBC비율이 급락한 악사다이렉트도 최근 악사그룹으로부터 350억원을 증자받은 후 그룹으로부터 더 이상의 증자를 할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 받았다.

차보험 손해율의 지속적인 악화에 재무건전성 강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이들 온라인 전업 차보험사들 역시 현재와 같은 시장상황하에서는 경영난을 돌파할 묘안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자동차보험의 손익구조에 RBC제도 강화 등 온라인 차보험사의 경영난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악사다이렉트와 더케이손보 역시 에르고다음과 하이카다이렉트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온라인 차보험 시장 역시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대형손보사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짙다”고 덧붙였다.

kyk7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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