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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콩은 무죄
사회적 이슈된 제품 대중 호기심 자극
‘블레임 마케팅’ 땅콩회항 계기로 후끈
사건 대상 견과류 브랜드 마카다미아
e쇼핑몰 G마켓 판매량 21배 급증
남의 아픔 돈벌이 활용 비판적 시각도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회항’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다만 이번 불똥은 화마(火魔)가 아니라 해당 업체에게 불빛이 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원인이 된 ‘땅콩’, 정식 명칭으로는 견과류의 일종인 ‘마카다미아’다.

이번 회항 논란에서 등장했던 마카다미아는 하와이 브랜드인 ‘마우나 로아(Mauna Loa)’이다. 사건이 발생한 후 마우나로아 제품은 물론, 다른 브랜드의 마카다미아의 판매량은 급증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사건이 최초 발생한 지난 8일부터 10일간 마카다미아류 제품의 판매량은 직전주(11월27일~12월7일) 대비 2077%, 즉 21배나 증가했다.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이 알려진 지 다음날인 지난 9일 온라인 쇼핑몰 지마켓의 공식트위터에 올라온 게시글. 논란이 된 마카다미아를 간접적으로 지칭하고 있다.

옥션에서도 지난 8~16일 마카다미아 매출이 직전주(11월30일~12월7일)에 비해 9배나 증가하며 전체 견과류 매출 중 5% 미만을 차지하던 마카다미아가 무려 40%의 매출 비중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도 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범죄자나 유명인들이 미디어에 노출될 당시 입은 옷이 하나의 패션현상이 되면서 ‘블레임 룩’(Blame look)이란 단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도 있다. 블레임 룩이 소비자의 자발적인 호기심이 만든 현상이었다면 이번 마카다미아 열풍에는 소비자의 호기심에 해당 업체의 마케팅도 함께 수반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건이 공개된 다음날인 9일 온라인 쇼핑몰 지마켓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긴 말은 않겠다. 그 땅콩. (사실은 마카다미아)”이라는 글과 함께 제품판매 링크를 게시했다.

온라인 구매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A 업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마카다미아 사진과 함께 “까서 주세요. 우리도 팝니다”, “비행기도 멈추게 한 일등석의 맛”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었다.

B 업체는 항공기 내부 사진을 배경으로 “고객님 저희는 봉지째 드립니다. 담아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적었다.

마카다미아를 그릇에 담아주지 않고 봉지째 줬다는 이유로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조 전 부사장의 행태를 패러디한 것이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장대련 연세대 경영대 교수(경영연구소 소장)는 “일반적으로 부정적 이슈와 연관된 제품에 대해서는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지 않고 소비자가 보이는 관심에 대해서만 반응해왔다”며 “마카다미아가 고관여(소비자가 많은 생각과 추론을 거친 뒤 구입을 결정하는 상품)제품이 아닌 만큼, 소비자들도 궁금증 차원에서 흥미를 보이고 이에 대해 유통업체들이 재치있는 패러디를 통해 관심을 증폭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구매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A 업체가 홈페이지를 통해 마카다미아 사진과 함께 게시한 문구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희소성에 대한 호기심을 원인으로 풀이했다. 그는 “마카다미아가 만약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 땅콩제품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이슈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른바 명품브랜드만 납품된다는 대한항공의 1등석에서 나오는 마카다미아를 접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구매로도 이어진 것”이라고 유추했다.

한편 이러한 블레임 마케팅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제기된다.

사회적 물의의 대상이 된 제품, 이로인해 대한항공이라는 한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비난이다.

실제 공식 트위터에 글을 올린 지마켓은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기도 했다.

장대련 교수는 “블레임 마케팅의 경우 양 날의 칼이 될 수 있다”며 “부정적 이슈를 마케팅의 소재로 삼는다면 당장의 관심을 끌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타인의 아픔을 이용한다는 비난과 함께 해당 제품의 이미지 손상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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