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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메리츠화재 강태구 대표체제 전환…인적쇄신 포함 대규모 조직개편 예고
[헤럴드경제=김양규 기자]메리츠화재가 인적쇄신을 포함한 대규모 조직개편에 나선다. 또한 남재호 대표이사의 사임에 따라 경영총괄을 담당했던 강태구 전무가 대표이사직을 대행할 예정이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23일 전체 임원의 절반 가량을 구조조정한데이어 오는 29일 조직개편안을 마련해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26일 손해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오는 29일 메리츠화재를 비롯 메리츠증권 등 전 계열사에 대한 임원 인사 및대규모 조직개편을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메리츠화재는 지난 23일 대규모 임원 구조조정 작업에 이어 일부 본부장직제를 통폐합하는 등 조직 슬림화를 골자로 한 조직 혁신안을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재호 사장 사의 등 임원 14명 해임...지난 12월 중순 남재호 메리츠화재 대표이사는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병가를 냈으나, 과중한 업무 부담과 맞물려 금융지주의 지나친 경영개입으로 갈등이 표출되면서 조정호 그룹 회장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사장은 지난해 12월 송진규 사장 사의 후 김용범 금융지주 사장의 추천 등으로 메리츠화재의 신임 대표에 내정됐으나, 이후 금융지주의 지나친 경영 간섭으로 적잖은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남 대표는 취임 이후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 예방 등 보상시스템의 혁신과 무리한 외형확대를 지양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수익구조가 악화된 자동차보험은 시장점유율을 줄여 나가는 등 내실경영에 초점을 맞춰 왔다”고 말했다.

또한 “남 대표는 삼성화재 상무 시절 부당한 지시에 반발해 무단 결근도 서슴치 않는 강직한 성품을 가진 인물“이라며 ”금융지주의 지나친 경영간섭에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3일 단행된 메리츠화재 임원진들에 대한 대대적인 해임통보도 남 대표의 동의 없이 금융지주가 일방적으로 추진됐을 것이란 게 대체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메리츠화재의 임원인사는 대표이사가 자리에 비운 사이에 전격 단행됐다는 점과 올해 승진한 임원들도 해임 대상에 대거 포함되는 등 인사기준이 매우 모호한 것이 사실”이라며 “실적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고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남 대표가 사의함에 따라 후임 대표에는 강태구 경영총괄 전무가 오는 3월 주총때까지 임시적으로 맡을 예정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조정호 회장, 김용범 사장, 남재호 사장, 송진규 사장

◆당기순익 급감 등 실적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메리츠화재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5.1% 늘어난 1조 3016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363억원으로, 전년동기 453억원에 비해 19.7% 줄었다. 그러나 직전 분기의 286억원보다 27.3% 늘어났다는 점에서 전 분기대비 개선된 상태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이유는 장기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올해 초 수익성이 좋은 장기보험을 중심으로 판매한 결과 매출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순익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올해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바 있으며, 손익구조 관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매출을 크게 늘리지 못해 과거 판매했던 상품으로 인한 손실을 희석시키지 못한 점이 작용했다. 게다가 기발생미보고 손해액(IBNR) 적립 기준이 휴유장해사고의 경우 사고 발생 후 6개월에서 진단시점으로 변경돼 준비금 적립부담이 커진 점도 수익구조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실적부진에 따른 문책성 임원인사를 단행했다는 건 어불성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차보험 및 장기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인한 수익악화는 메리츠화재만의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라며 “비대해진 조직 축소 등을 둘러싼 금융지주 경영진과의 갈등이 이번 사태를 불러온 결정적 요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무리한 외형 경쟁을 자제하고 내실경영을 지향하는 등 지난 9개월간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펼쳐온 남 대표의 사의는 금융지주 경영진과의 잦은 충돌이 발단이 됐을 것이란게 대체적이다.

◆메리츠화재-금융지주 내부컨설팅 반영 두고 충돌...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증권에 대한 조직 쇄신 이후 경영지표가 개선됐다는 판단아래 메리츠화재에 대해서도 내부 컨설팅에 착수, 혁신방안 마련에 나섰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내부 컨설팅 결과는 결국 메리츠화재의 방만경영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것. 이에 따라 임원수를 대폭 줄이는 등 비대해진 조직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메리츠화재도 내부 개혁방안을 마련해 적극 대응했으며, 최근까지 조정호 그룹 회장이 메리츠화재의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 내부 컨설팅으로 인한 금융지주와의 갈등이 봉합되는 듯 했다. 그러나 돌연 남 대표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금융지주와 메리화재가 각각 내부혁신방안을 두고 격렬하게 부딪혀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론적으로 남 사장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성향이 강인하기로 소문난 남 대표가 반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실시된 메리츠화재에 대한 컨설팅 작업은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사장을 비롯 최근 금융지주에 영입된 AT커니 컨설팅사 출신의 이 모 상무가 주축이 돼 진행됐다.

◆불길한 징조 vs 도약 기반...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송진규 전 사장에 이어 남재호 사장까지 사의를 표명, 중도하차하면서 조직분위기가 과거 어느때보다 위축된 상태다. 게다가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조직분위기도 매우 흉흉한 상태로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송진규 전 사장이 공동대표체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에 반발, 회사를 떠났고, 바통을 이어받은 남 대표마저 금융지주와의 마찰로 취임 1년도 채 안돼 사의를 표명하는 등 대표이사들이 잇따라 중도하차하고 있다“며 ”문책성 인사나 임기만료가 아닌 내부갈등에 대표이사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는 건 좋은 징조는 아닌 듯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론도 적지않다.

메리츠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인적쇄신과 조직혁신을 통해 경영지표가 개선되는 등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에 내부적으로 다소 충격이 있겠지만 메리츠화재도 이번 일을 계기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컨설팅 결과 메리츠화재의 현재 직원 수가 적정인원보다 400명 가량이 많다는 분석이 제기돼 인력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같다“며 “메리츠증권이 인력감축을 하지 않은 만큼 메리츠화재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kyk7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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